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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발찌 차고 '성매매 구한다'…전자발찌 과도로 끊기도

입력 2021-09-02 21:43 수정 2021-09-0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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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흉악범죄자가 아예 사라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흉악범죄 사건이 나올 때마다 그 개인의 악함과 개별 사건의 잔혹성을 낱낱이 주목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소모적입니다. 중요한 건, 막을 수 있었던 희생자가 더이상 없게 하는 길을 합리적으로 찾는 겁니다. 물론, 흉악범죄가 전부 성범죄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저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 관련해서 제도의 한계라든지 여러 측면을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최근 2년 동안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내려진 30여 건의 판결문을 분석했습니다.

추적보도 훅, 먼저 정종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중학교 버스정류장 앞, 한 손엔 현금, 다른 한 손엔 팻말을 든 18살 김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김 씨가 든 팻말엔 '성매매 여성을 구한다'는 문구를 적혀 있었습니다.

중학생을 상대로 현금을 내보이며 성매매를 제안했습니다.

알고보니 이미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3년에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선 학교 시설에 출입하거나 아동에게 접근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습니다.

지난해 3월 풀려난 김씨는 이 사건이 있기 전 '나는 성폭행범'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가 수원보호관찰소장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다시 치료감호소에 들어가도록 명령했습니다.

같은 시기 경남 김해에선 서울 신림동 원룸 사건과 비슷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2019년 5월 30대 남성이 서울 신림동 한 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쫓아 닫히는 현관문을 붙잡아 집안에 들어가려다 실패한 사건입니다.

김해 사건에선 40대 후반 김모 씨가 새벽에 20대 여성을 집 앞까지 따라갔습니다.

피해 여성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빌라 현관문을 열자 김씨 역시 쫓아갔지만 문이 닫혔습니다.

다행히 김씨가 누른 비밀번호는 실제와 달랐습니다.

강제추행상해를 저질렀던 김씨는 전자발찌를 4년 가까이 차고 있었습니다.

자칫 더 큰 사건으로 번질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무부가 관리하는 전자발찌가 얼마나 허술한지도 알 수 있습니다. 또, 1명의 보호관찰관이 평균 17명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담겨 있습니다.

이어서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철물점 진열대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강씨.

물건을 건네받고는 꼼꼼히 만져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범행 6시간 전, 전자발찌를 끊을 절단기를 사는 모습입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절단기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도 전자발찌를 끊었습니다.

강제추행상해죄 등으로 전자발찌를 10년 동안 차게 된 김씨는 지난해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과일용 칼로 여성을 협박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 칼로 전자발찌를 잘라냈습니다.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교도소에 갔던 한모 씨는 출소 4개월 만에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휴대폰을 빼앗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펜치와 칼로 발목에 있는 전자발찌를 끊었습니다.

이렇게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일은 최근 5년 간 매년 10건 이상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호관찰관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일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늦은 시간 귀가를 하지 않은 윤모 씨는 보호관찰관의 전화에 "자꾸 건들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며 "나 때문에 일하고 살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찾아온 보호관찰관들에겐 30cm 길이의 캠핑용 손도끼를 흔들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보호관찰관에게 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이나 미장용 칼을 던지거나,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며 위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자감독 대상자는 전국에 4866명인데 관리 인력은 281명에 불과합니다.

1명의 보호관찰관이 평균적으로 17명 정도를 관리하는 겁니다.

법무부는 조만간 전자감독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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