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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 대한 예의 지켜달라"…신경숙 표절 논란 인터넷 시끌

입력 2015-06-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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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까적(작가적), 예술가적 양심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이게 표절이 아니라고 하면 모든 종류의 지적 산물은 창작자의 노력이 아니라 그저 우연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종이 위에 잉크병을 쏟았더니 상대성 이론 공식이 그려졌다는 이야기처럼 황당하다"(네이버 아이디 'dul1****')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신경숙(52)이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신 작가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신 작가는 그가 1996년 내놓은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탐미주의의 대표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1983)에 수록된 단편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경숙 작가가 17일 일본 탐미주의 대표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은 "'금각사' 외에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전설'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 또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표절을 부인하면서 네티즌은 신경숙과 창비 모두를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신경숙 작가를 그의 성을 따 '신도리코'라 부르는 댓글도 보인다.

네이버 아이디 'gree****'는 "한 문단을 통째로 베꼈고, 심지어 미시마 유키오 번역하는 사람이 의역한 표현까지 똑같이 썼는데 그게 표절이 아니면 뭐냐? 글 전체를 보라는데 개뿔, 글 전체가 아무리 훌륭해봐야 부분 부분이 남 글이면 뭔 소용?"이라며 신 작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김후란 시인이 번역했다. 이번 표절 논란에 불을 지핀 이응준 작가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글에서 김후란 시인은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라는 밋밋한 표현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라는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했다"며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서 누군가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가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의 '전설'에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네이버 아이디 'hjm2****'는 "레포트 한 번이라도 베껴본 사람은 다 알걸. 이 작가의 베낌 수준이 딱 그 짝이거든. 의혹있는 거 다 봤는데 내가 레포트 베낄 때 조사를 바꾸거나 능동을 수동으로 전환, 아니면 문장 전체를 읽어서 의미를 파악한 다음 그걸 내 말로 다시 쓰기 베낀 수준이 딱 그 수준이던데?"라며 꼬집었다.

신 작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독자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는 애정 어린 충고를 하는 댓글도 있다.

네이버 아이디 'haru****'는 "실수 누구나 할 수 있죠. 젊은 시절엔 특히 더 그렇잖아요. 사과하시고 용서 구하시고 맞을 매 맞으시는 게 그동안 사랑해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진정 피고름으로 쓴 글로 돌아오시면 용서받을지도. 그만한 능력 있으시잖아요"라고 말했다.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발표한 창비에 대한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seok****'는 "빵 한 개를 훔친 건 도둑질이 아니고 편의점 전체를 훔쳐야 도둑질인가요? 신경숙은 그렇다쳐도 창비가 더 실망이네요"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joon****'은 "난 한국의 대표적 진보 출판사인 창비와 진보 문학단체인 작가회의 책임자가 신경숙 표절에 대해 내놓은 의견이 신경숙 표절 부인보다 훨씬 더 고약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문단의 참담한 현실을 이보다 더 비극적으로 잘 드러내기도 힘들겠다 싶다"고 개탄했다.

정우영 한국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표절 여부는 논외로 하고 한국문학이 이만한 작가를 만들어낸 데는 엄청난 공이 들었다. 해외에서 이만큼 알려진 작가는 고은 시인 외에 신경숙이 처음이므로 이 귀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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