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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① '방치 의혹' 2년 뒤 그 응급실서 또…"무관심에 아들 죽었다"

입력 2019-01-14 21:47 수정 2019-04-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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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살 수 있는 환자가 죽어가는데도 한 발자국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창피하다" 작년 11월 뉴스룸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가 국내 응급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두고 한 이야기였습니다.
 

이후 3달 동안 저희 탐사플러스팀이 들여다본 현실은, 이 교수 말보다 사실은 더 참담했습니다. 3년 전, 할머니와 길을 나섰다가 견인차에 치여 사망했던 2살 민건이. 당시 전북대병원에서 6시간 가까이 방치된 민건이는 결국 사고 13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이후 복지부 조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다른 응급 수술 때문에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는 전북대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당시 민건이 할머니도 병원 방치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는 2년 뒤에 또 1명의 '살 수 있었던' 생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4살 이동현 군.

서준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학 졸업을 앞둔 이동현 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었습니다.

산림기사 필기를 합격해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학교 갔다 오면 (집에서) 가까운 데 도서관이 있거든요. 도서관에서 거진 살다시피 했어요.]

동현 군의 꿈이 산산조각 난 것은 사고가 났던 지난해 10월 19일.

< 2018년 10월 19일 오후 5:30 ▶ 오토바이 사고 >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선 동현 군은 도로 표지판을 들이받았습니다.

코와 입에서 출혈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의식은 또렷했습니다.

[구급대원 : (사고 후) 스스로 걸어 다녔고 이렇게 수그리고 있었는데, 이송 도중에도 생체 징후 체크를 저희가 다 확인했는데 이상 없었죠.]

< 저녁 6:16 ▶ 병원 도착 ▶ 심각한 저산소증 상태 >

동현 군이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것은 골든타임인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후 6시 16분입니다.

당시 동현 군의 혈중산소 농도는 87~90%.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폐암환자와 같은 저산소증 상태였습니다.

[정경원/아주대 외상학과 부교수 : 악안면 손상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게 숨 쉬는 기도 확보(예요).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3분에서 5분이 지나버리면 비가역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거든요.]

하지만 기도 확보를 위한 조치는 없었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애가) 호흡을 못 해서 계속 나 호흡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 마당인데 의사들은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흘끗 보기만 하고.]

응급센터 측은 전문의를 따로 불렀다는 입장입니다.

[이모 교수/전북대 응급센터 책임교수 : 의식이 너무 명료해서 일단은 구강외과 계획을 좀 듣고 처치를 하자 한 게 처음 계획이었어요. ]

< 저녁 8:14 ▶ 임모 교수 도착 ▶ 기도 삽관 실패 >

하지만 구강외과 임모 교수가 나타난 것은 2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4분.

[이동현 군 아버지 : 하다 못해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가 이것 좀 해주세요 급하잖아요 보기 때문에. 그때 그런 것을 전혀 안해주는 거예요 얘기를 해도. 애는 답답하다며 앉았다 일어섰다.]

도착한 임 교수는 기관 삽관을 결정했고, 의료진은 동현 군에게 마취제를 투여했습니다.

하지만 입과 코에서 흐른 피는 이미 동현 군의 기도를 막은 뒤였습니다.

수차례 시도한 기관 삽관은 실패했습니다.

동현 군의 체내 산소포화도는 30%대.

분당 100회가 넘던 심장박동수도 83회로 떨어졌습니다.

< 밤 9:00 ▶ 기관 절개술 성공 >

기관 절개술로 이 군의 숨통이 가까스로 트인 것은 오후 9시.

병원에 도착한지 2시간 40분만이었습니다.

< 밤 11:57 ▶ 심정지 >

하지만 곧 심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멱살 잡고 난동을 부렸으면, 관심을 줘서 뭐라도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치겠어요.]

결국 식물인간이 된 동현 군은 1달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동현 군 아버지 : 근데 결국 얼굴 상처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그런 무관심이…기도 (삽관을) 해줘도 살 수 있었는데.]

동현 군의 사인은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추정됩니다.

24살 청년은 가족 여행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사고에 홀로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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