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 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가 벌어진 지 사흘이 지난 오늘(25일) 북한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은 통지문을 보내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전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큰 실망을 더 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시신을 훼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고 반장 발제에서 관련 내용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충격적인 정말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후 오늘 오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북한이 오늘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총격 사실과 시신 훼손 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였는데요. 총격은 인정했지만, 시신 훼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공개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합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의 통지물을 서훈 안보실장이 그대로 읽은 겁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면 총격을 가한 후 확인 수색을 했지만, 부유물 위에 실종자 A씨는 이미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 군이 말한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와 불빛은 뭐였던 걸까요.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 내용을 좀 더 들어보죠.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반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주장은 "불에 태운 건 부유물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내용도 통지문에 담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설명이 엇갈리는 대목이 일부 있는데요. 일단 날짜별 시간대별 상황을 정리해보면서 이야기를 해봅니다. 21일 0시 A씨가 어업지도선 당직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1시 반 동료에게 "문서 작업을 한다"고 말한 후 조타실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걸 동료들이 알게 된 건 오전 11시 반쯤이었습니다.
[신동삼/인천해양경찰서장 (어제) : 해양경찰은 지난 9월 21일 12시 51분경 서해어업관리단으로부터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1명이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접수하였습니다.]
군과 해경이 수색을 시작한 건 오후 1시 50분부터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반쯤, 북측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이 포착됐고 오후 4시 40분 북한이 실종자의 표류 경위 등을 조사하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월북 경위 등을 조사했다고 했는데요. 북한의 주장은 다릅니다.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으며 강녕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우리 측 설명에 따르면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이 해상에서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실종됐다가 북한이 해당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 9시 40분 북한군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추정했는데요. 북한이 주장하는 총격 상황은 이렇습니다.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밤 10시에 시신을 훼손했다고 했습니다. 밤 10시 11분 우리 군 감시 장비에 시신을 훼손하는 불빛이 포착되기도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는데요. 앞서 들으신 대로 북한 설명은 달랐습니다. 시신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 부유물을 태웠다는 겁니다. 시신은 이미 사라졌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어쨌든 다시 우리 측 설명으로 돌아와 보면 청와대에 해당 내용이 보고된 건 밤 10시 반쯤이었습니다. 그리고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요. 당시 회의에선 첩보 정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논의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어제) : 첩보 수준을 가지고 논의를 했습니다. 안보 관계 장관들이 있는 자리여서 우리 전문가들을 이제 분석을 의뢰하고 하는 그런 것을 추가적으로 더 확인을 더 해야된다는 필요성과 함께 전문가들의 분석을 가지고 다시 토의하자, 이제 이렇게 된 거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8시 반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해당 내용을 대면 보고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사실관계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국방부는 오후 1시 30분 언론에 실종 내용을 공개하며 "생사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후 4시 35분 우리 정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답이 없었고요. 날이 바뀌고 24일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 이어서 9시 문 대통령에게 최종 분석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 국방부는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안영호/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어제) :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국방부는 여러 첩보 등 관련 정보를 근거로 공무원 A씨가 월북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는데요.
[안영호/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어제) : 정보 분석한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 시에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A씨의 가족들은 "월북을 할 이유가 전혀 없고 평소와 다른 점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래진/유가족(친형) (JTBC '뉴스룸' / 어제) : 건강하고 건실하게 서해어업단 업무를 수행을 했고요. 그다음에 서해어업단의 주요 업무가 서해안에서 발생되는 중국 불법 조업선을 단속하는 그런 업무거든요. 국가관이나 사명감이 없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단속하는 단속 업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국방부에서 지금 간과하고 월북이라는 말을, 멘트가 가당치가 않다는 게 뭐냐 하면 동생의 지갑하고 공무원증이 배에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북한의 주장이 나왔다지만, 우리 정부의 보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청와대는 북한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첩보 내용이 일부 다른 것에 대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통지문이 나오기 전 정부 여당은 북한의 행동을 거듭 비판했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장도 하지 않은 우리 국민에 대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촉구합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북한의 반문명적이고 야만적 만행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합니다. 북한은 이번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사건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여당은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야당 역시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데요. 야당에선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가 늑장 대응을 했다"며 비판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이번 만행은 그 연장선에서 북한군이 비무장 우리 국민을 참혹하게 살해한 참사입니다. 책임자 처벌에 앞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통령의 47시간의 침묵 사유, 대통령의 대응조치 내역부터 소상히 밝혀져야 하겠습니다.]
어제 있었던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정부의 늑장 대응을 따져 물었습니다.
[홍준표/무소속 의원 (어제) : 지난번에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사건 은폐했다고 얼마나 국민적인 문제를 많이 제기를 했습니까. 그랬지 않습니까. 7시간 동안 뭐 했냐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어요. 근데 지금은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뭐 했냐 이거예요.]
[신원식/국민의힘 의원 (어제) : 대통령께 30시간 이후에 보고되고 물론 자세한 보고는 그 다음날 아침에 이루어집니다. 대통령께서 상세한 보고는 늦게 받을 수 있겠죠. 대통령께 30시간 후에 사건 발생 그것도 신고 접수 후에 보고가 되고 관계 장관은 이틀 후에 시작된다는 이게 맞는 겁니까? 이게 늦장 대응 아니면…]
국방부는 거듭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어제) : 그때 갖고 있는 첩보가 양이 그렇게 정확하게 본질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저희가 분석하고 보고하고 하는 신빙성. 첩보를 정보화 시켜 나가는 신빙성을 높여 나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들어가서 이야기 이어가보겠습니다.
일단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통지문 보내온 북한…김정은 "큰 실망감 줘 대단히 미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