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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백로떼…'캠퍼스 몸살'

입력 2016-06-21 21:20 수정 2016-06-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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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귀한 대접을 받던 백로가 천덕꾸러기가 됐다는 얘기는 몇 해 전부터 들려왔지요. 적절한 방안을 못찾다보니까 불편한 동거는 여전합니다. 이번엔 대학 캠퍼스로 날아든 1천 마리나 되는 백로들이 시끄럽고 냄새난다며, 충북의 한 대학교 학생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원래의 터전을 잃고 낯선 도심에서 살아가는 백로들도 난감하겠지요. 오늘(21일) 밀착카메라는 백로와 사람의 공존을 고민해봤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의 한 대학 캠퍼스입니다.

캠퍼스 하늘 위를 하얀 백로떼가 날아다닙니다.

캠퍼스 뒷산 여기저기 백로떼의 둥지가 눈에 띕니다.

소나무 숲과 백로가 조화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학생들에겐 반갑지 않습니다.

백로 배설물이 곳곳에 쌓이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겁니다.

숲 안쪽으로 들어와봤는데요. 바닥에는 백로가 먹다 남긴 물고기부터 백로 알껍질 그리고 깃털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습니다.

또 한창 푸른색을 띠어야 할 나뭇잎들은 백로 배설물 때문에 이렇게 모두 잿빛으로 변해버렸는데요.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이렇게 백로 배설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백로의 서식지와 300여 명의 학생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가 맞닿아 있다는 겁니다.

기숙사 방 안에 들어와봤습니다. 한여름인데도 창문을 모두 닫고 있는데요.

창문을 열면 보시는 것처럼 바로 앞이 백로떼의 서식지여서 먼지도 계속 들어오는데다가 백로의 울음소리까지 시끄럽게 들리는 상황입니다.

[이지혜/서원대 사회복지학과 : 환기를 제대로 시킨 적이 없어요. 괜히 에어컨만 틀고 있고, 방에서요. (배설물) 냄새가 너무 심하니까.]

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잠들 시간이지만 백로떼의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모릅니다.

[정아인/서원대 국어교육과 : 정말 끔찍해요. 정말 싫어요. 낮보다 밤에 지나갈때 소리가 훨씬 심해요. 한 3~4배 정도요.]

1천여 마리의 백로떼가 갑자기 대학 캠퍼스를 찾게 된 건 기존 서식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백로들이 서식지로 삼았던 한 중학교 뒷산 나무가 벌목되면서 하천이 가까워 먹이를 찾기 쉬운 인근 대학 캠퍼스로 자리를 옮긴 겁니다.

[이두표 교수/호남대 생물학과 : 일반적으로 둥지 자리를 나무숲이 잘 조성돼 있고 하천이 넓게 펼쳐진 곳에 선정하는데 멀리 이사 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백로떼가 있던 중학교 뒷산에서는 이제 백로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 전체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백로떼로 뒤덮였던 곳인데요.

백로가 앉아있을만한 소나무 상당수를 베어내고 조류퇴치기까지 설치해놓은 탓에 올해는 이곳을 찾는 백로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박규배/충북 청주시 수곡동 : (백로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옛날에는 소리가 더 컸던 것 같은데.]

대학과 기숙사 학생들은 난데없는 불청객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

대학측은 고심 끝에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백로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김선수 팀장/서원대 시설관리팀 : 냄새를 줄일 수 있는 이런 약품을 알아봐서 구입한다든가 아니면 방음벽을 설치한다든가, 대안을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 서식지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문제가 됐던 백로 서식지 인근에 먹이를 놔두고 서식지를 만들어 본 사례가 있지만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경석 사무처장/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인간이 외곽 지역에 있는 백로나 멧돼지가 살고 있던 공간 자체를 허물어뜨렸기 때문에 걔네들이 오히려 도심 숲, 공원 등으로 오는 거예요. 일정 정도의 서식지는 보존해주는 방안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예부터 길조로 알려졌던 백로가 어느새 도심 속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간과 자연의 충돌은 더 잦아질 겁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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