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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100억대 어린이 주식부자…'아버지 뭐하시지?'

입력 2015-05-0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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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아버지 뭐하시지?'

오늘(4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골드키즈'라는 말이 있죠. 아이 한명을 위해 엄마 아빠는 물론 양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에 삼촌까지 어른 여덟 명이 지갑을 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 웬만한 골드키즈는 명함도 못 내밀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억원 이상의 상장주식을 가진 열두살 이하의 꼬마 주식부자가 모두 121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더군요. 이중엔 아직 첫돌도 안 된 젖먹이 주식부자도 있었고 100억이 넘는 주식을 가진 어린 갑부가 8명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부자 할아버지의 지극한 손주사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요?

이 내리사랑은 매우 치밀하기까지 합니다. 짬짬이 증여. 즉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손주들에게 회사 주식을 말 그대로 살금살금 물려준다는 겁니다.

덕분에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수십억 혹은 수백억대 주식부자 도련님, 갑부 아가씨가 줄지어 탄생하는 중입니다.

KD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부와 학력이 대물림되고 있는 사회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참 식상한 얘기죠. 상식에 속하는 것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 대학에서는 학과별로 "주요 학부모"를 파악해달라는 공문. 이 주요 학부모는 예를 들면 고위공무원, 권력자, 돈 많이 가진 아버지 이런 걸 얘기합니다. 쉽게 말해 '아버지 뭐하시냐'는 내용의 조사지가 작성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의 세상은 마치 영화 대사처럼 아이들에게 '너는 누구냐'가 아닌 '아버지 뭐하시냐' 이렇게 묻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세대'라는 호칭을 달아줬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보다는 더 나은. 더 행복한 세상을 살게 하고픈 희망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미래세대라고 불리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아닌 과거, 즉 '아버지 뭐하시냐'를 먼저 묻는 어른들.

아이들은 이러한 세상에서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미래를 꿈꾸라고 해야 할까요?

내일이 어린이날이니 어른들은 방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런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이 억대 주식보다는 가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도 참 요원하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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