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나일강 주변국 '물 분쟁' 격화…무력충돌 우려는? |아침& 세계

입력 2020-07-20 09:06 수정 2020-07-20 10:48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인터뷰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지난 15일 에티오피아 정부가 나일강에 건설 중인 초대형 댐에 물을 채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일강 주변국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는 나일강 상류를 초대형 댐이 가로 지르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에티오피아가 건설 중인 '그랜드 르네상스 댐'입니다. 높이 155m, 길이 1.8㎞에 저수량은 740억t에 이릅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현재 70%가량 완성됐다며 지금부터는 물 채우기와 공사를 같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티오피아 수자원부 장관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셀레시 베켈레/에티오피아 수자원부 장관 : (댐 수위가) 560미터까지 이르면 더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댐의 건설과 물 채우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장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이집트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농업과 어업 관광 등 거의 모든 산업을 나일강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상류에서 물을 댐에 가두면 피해가 크다는 주장입니다. 나일강 중류에 있는 수단 역시 고심이 큰 상황입니다.

[마날 압델나이/수단 와디라밀 주민 : 르네상스 댐이 나일강의 수위를 낮추고 홍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댐으로 나일강 수위가 낮아지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됩니다.]

르네상스 댐 건설이 시작된 2011년부터 촉발된 주변국들의 갈등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합의안이 체결 되기도 했지만 2년여 만에 이집트가 합의안을 파기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유엔 아프리카 연합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르네상스 댐을 통해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부흥을 이루겠다는 에티오피아, 이에 맞서 이집트와 수단은 국민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물 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나일강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물분쟁 그 역사를 돌아보면 2차대전 이전 식민지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고요.

     영국 정부가 1929년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자연적이고 역사적인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그때부터 이집트가 실효적 지배를 해 왔고 이 협정을 근거로 나일강의 권리를 주장해 왔죠. 실제로 1960년부터 이집트는 아스완 상류에 아스완하이댐을 건설하고 자국 경제 발전에 활용해 오면서 수단이나 에티오피아 등 나일강 상류 국가들을 압박해서 다른 나라의 댐 건설을 막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티오피아가 대규모 나일강 상류에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이집트에게는 상당한 위협이고 지역 내에서 존재감이 약화되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겠죠.


  • 이집트는 에티오피아가 합의 없이 계속해서 댐에 물을 채울 경우 군사적 행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인데 실제로 군사적 충돌이 비화될 가능성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전쟁설은 쭉 제기돼왔습니다. 1978년 당시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가 댐이 건설되면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에티오피아를 위협한 적이 있고요. 최근 2003년에도 당시 모리스 이집트 대통령도 건설 중인 르네상스 댐 폭파 위협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력충돌 가능성이 계속돼 왔지만 현재 UN 또 미국, 아랍 국가들 간의 중재로 수십 차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주변국들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역시 나일강을 생계 수단으로 삼아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 아니겠습니까? 해결책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저는 인권문제로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나일강 르네상스댐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보다 진지하게 물 문제를 글로벌 아젠다로 다루면서 단순한 경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인권선언에 버금가는 규범과 약속의 틀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UN인권위원회와 국제엠네스티, 또 국제 물포럼 등에서 이미 물을 인권 문제로 다루고 있고 UN도 2010년 7월 28일 물을 필수적인 인간의 생존권리로 이미 선언한 바가 있습니다. 물은 생명권인 동시에 기본적 인권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이 사태를 계기로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메마른 북아프리카 사막을 뚫고 흐르는 6700㎞의 강줄기 나일강은 예로부터 '생명의 젖줄'로 불려오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 물이 2%만 줄어들어도 100만 명이 직업을 잃을 것이란 통계도 나왔습니다. 국제사회는 나일강 문제를 주변국의 패권 다툼이 아닌 생명이 걸린 인권 문제로 접근하고,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

관련기사

터키, 쿠데타 진압 4주년…시민들에게 기념일 의미는?|아침& 세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국경 충돌'…양국 사망자 다수 발생|아침& 세계 미·중 갈등 새로운 변수…위구르족 인권 탄압 논란|아침& 세계 푸틴의 '야권 손보기'?…반정부 성향 인사 체포 논란|아침& 세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심각'…압박 나선 국제사회|아침& 세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