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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남긴 여운, 결국 현실이 되었다

입력 2012-02-29 11:00 수정 2012-02-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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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남긴 여운, 결국 현실이 되었다


경남 진주 연암공업대학에서 훈련 중인 LG 투수 김성현(23)을 찾아간 지난 16일. 교내 기숙사의 김성현 방에서 그와 김진철 LG 육성팀장과 함께 자리했다.

대구지방검찰청 발로 그의 이름이 박현준과 함께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다.

김성현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해 경기장에서 만난 김성현과 기숙사 침대에 앉아 있는 김성현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김성현의 표정이 많지 않은 선수다. 그래도 경기장에선 간간히 웃음기를 띄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하지만 기숙사 방에서의 김성현은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수염을 깎지 않았고, 얼굴도 퀭해 보였다. 부정하는 목소리도 강하거나 크지 않았다. 힘없는 목소리로 짧게 답하는 게 전부였다.

김성현은 "언제 경기조작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었나"는 물음에 "이틀 전에 기사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인터뷰 이틀 전인 14일은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이 처음 지면에 보도된 날이다. 하지만 김성현의 답은 정확하진 않았다.

구단 자체 조사에 따르면 김성현은 승부조작 의혹 사실이 알려진 당일 PC방에서 LG 구단 직원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관련자로 거론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브로커의 이름을 알려준 뒤 "아느냐"고 하자 "처음 듣는 이름이다.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성현은 구단측과의 면담을 통해 지난 25일 검찰에 구속된 고교 선배인 브로커 김모(26)씨를 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검찰은 김모씨가 김성현을 또다른 브로커 강모씨에게 소개시켜줬다고 보고 있다.

김성현은 자신의 승부조작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결백하다"는 말에선 묘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는 "적극 해명할 생각은 없나"는 질문에 "언론 인터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내 말만 믿어줄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는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 아니면 아닌 거고, 들어가면 들어가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또 "끝까지 가면 다 알게 된다"고도 했다. 김성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인터뷰 뒤 조작 혐의가 드러나면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물었을 때다. 김성현은 "그런 게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결과는 정해져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쁘거나 좋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성현이 남긴 여운은 결국 현실이 됐다. 김성현은 28일 대구지검에 체포됐고,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현 인터뷰 뒤 만난 팀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럴 일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선수는 "(인터뷰하니) 아니죠? 걔가 그럴 리 없어요. 괜히들…"이라고 했다. 투수인 또다른 선수는 "투수는 자존심이 무척 세다. 마운드에 홀로 서서 싸우지 않나. 마운드를 무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투수는 외롭고 힘든 자리다. 그러면서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해진다. 김성현도 투수다.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아직도 동료들은 그의 결백을 믿고 싶어한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

[김성현 지난 인터뷰 기사 보기] LG 김성현 "진실은 끝까지 가면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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