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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행' 뉴욕에 "증오 그만" 황금빛 엠파이어 스테이트

입력 2021-03-30 17:32 수정 2021-03-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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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수시로 색을 갈아입는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크리스마스 주간엔 빨간색과 초록색, 핼러윈엔 주황색, 이렇게요. 그때그때 다르게 밤하늘을 수놓는 첨탑의 색깔엔 다 상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 주민들은 이걸 또 하나의 달력처럼 여기는데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합니다. 지난 금요일(현지시간 26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노랗게 불을 밝혔습니다. 정확히는 황금색으로요. 매달 꼭대기 층의 야간 조명을 알려주는 빌딩 홈페이지는 26일의 색깔을 황금색과 검은색이라고 해뒀습니다. #StopAsianHate, 이 아시아 증오범죄 규탄 운동을 지지하면서요. 황금색은 아시아인의 피부색을 상징하는 것이겠지요.

현지시간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43번가에서 교회를 가던 65세 여성이 한 남성에게 여러 차례 가슴과 얼굴을 맞는 게 인근 빌딩 CCTV에 찍혔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현지시간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 43번가에서 교회를 가던 65세 여성이 한 남성에게 여러 차례 가슴과 얼굴을 맞는 게 인근 빌딩 CCTV에 찍혔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

그렇게 숙연한 밤을 보내고도 뉴욕은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이번 타깃은 교회에 가던 아시아계 65살 여성입니다. 이 여성은 마주 오던 남성에게 심하게 여러 번 얻어맞습니다. 남성은 처음에 여성의 배와 가슴 언저리를 발로 걷어찹니다. 그대로 길에 넘어진 여성 위로,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다시 발길질 합니다. 현지시간 29일 점심 직전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빌딩이 많은 중심부라 43번가 바로 앞 빌딩 CCTV에 찍혔습니다. CCTV에 같이 찍힌 빌딩 보안관은 선뜻 도와주지 않습니다. 봉변 당한 여성은 왼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지시간 27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렉싱턴 에비뉴/51번가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위해 기다리던 37살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욕설과 함께 뒷통수를 얻어 맞았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현지시간 27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렉싱턴 에비뉴/51번가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위해 기다리던 37살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욕설과 함께 뒷통수를 얻어 맞았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

피해 사례는 또 있습니다. 이틀 전(27일)의 피해도 맨해튼 중심가에서 벌어졌습니다. 37살 여성은 저녁 9시 즈음 지하철을 환승하려 서 있다 낯선 남성에게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습니다. 남성은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의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누구 하나 나서서 돕지 않습니다. 같은 날 뉴욕 경찰은 비슷한 형태의 증오범죄를 저지른 48살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고작 하루 전날(26일) 일입니다. 역시 미드타운, 40번가에서 한낮에 발생했습니다. 이 40대 남성은 지나가던 60대 여성에게 아시아계에 대한 모욕과 함께, 알 수 없는 물체를 휘둘러 위협을 가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역시 맨해튼 40번가를 지나가던 남성이 60대 여성에게 아시아계를 향한 욕설과 함께 알 수 없는 물체를 휘둘러 위협을 가했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현지시간 26일 역시 맨해튼 40번가를 지나가던 남성이 60대 여성에게 아시아계를 향한 욕설과 함께 알 수 없는 물체를 휘둘러 위협을 가했다. 〈사진=뉴욕 경찰(NYPD) 산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

놀랍지만 세 가지 사건 모두 유동 인구가 많은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 뉴욕 경찰(NYPD) 산하의 '아시아계 증오범죄 태스크포스(Asian Hate Crimes Task Force)'에 최근 며칠 새 보고된 사건들입니다. 뉴욕 경찰은 지난해 아예 아시아계를 노린 범죄만을 다루도록 이런 TF를 만들었습니다. 뉴욕시를 관할하는 빌 드 블라지오 시장의 부인 역시 유색 인종이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이민자 집안 출신입니다. 미국 여러 주 중에서도 TF를 서두른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도 특히 아시아계 인구가 많습니다. 캘리포니아주만큼이나요.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이익단체 'AAPI(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추라'가 최근 낸 보고서를 보면, 뉴욕주에서 발생한 증오범죄가 상당수입니다. 지난해 3월 19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이 단체에 보고된 증오범죄 중 13.6%를 차지합니다. 캘리포니아주(44.6%) 다음으로 많습니다. 전체 피해 건수는 3800건 정도로 파악됐습니다. 물론 피해가 드러난 것만 집계된 것입니다.

현지시간 26일 첨탑이 노랗게 빛나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StopAsianHate, 아시아 증오범죄 규탄 운동을 지지하는 뜻에서 아시아계를 상징하는 황금색으로 갈아입었다. 〈사진=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식 홈페이지〉현지시간 26일 첨탑이 노랗게 빛나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StopAsianHate, 아시아 증오범죄 규탄 운동을 지지하는 뜻에서 아시아계를 상징하는 황금색으로 갈아입었다. 〈사진=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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