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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성완종도 기대 접었는데…금피아의 '워크아웃 마법'

입력 2015-05-04 21:44 수정 2015-05-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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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부에서 보도해드린 대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이어질 모양새입니다. 물론 검찰이 얼마만큼 잘 수사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런데 또 하나 이번 수사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을 둘러싼 정계와 금융계 로비 의혹입니다. 저희들은 이 부분을 워크아웃 의혹이 나왔을 때부터 장기간 취재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취재한 결과 성완종 전 회장 본인조차 경남기업의 3번째 워크아웃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습니다. 기업 오너도 기대하지 못할 만큼 경남기업의 경영 상태는 엉망이었는데, 워크아웃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손용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동양증권의 부도 가능성이 알려진 2013년 9월 말. 예금을 찾지 못한 소비자들의 환매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다 날아간 거 아니야 내 재산이.]

동양그룹이 부도 가능성을 알면서도 1조원이 넘는 사기성 회사채를 발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의 화살은 금융감독원을 향했습니다.

보름 뒤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장.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동양 사태에 대한 부실 감독 책임으로 벼랑 끝에 몰립니다.

[최수현/전 금융감독원장 : (감독원장으로서 지금 동양사태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계십니까?)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사퇴하십시오.)]

최 전 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절정에 달했던 23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일정표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당일 부산 출장을 앞둔 오전 8시, 최 전 원장을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납니다.

다음날엔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장인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을 잇달아 만납니다.

10월 29일 경남기업은 채권단에 3차 워크아웃을 요청했고, 이틀 뒤 금융감독원과 채권단은 이를 승인합니다.

경남기업에 1000억원의 자금이 긴급 수혈되기로 한 다음날,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당시 정무위 소속이었던 성완종 전 국회의원이 최수현 감싸기에 나섭니다.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취임하셔서 CP(기업어음)를 얼마 줄이셨다고요? (2700억원이요.) 2700억원을 줄이셨다는 거죠?]

최 전 원장은 성 전 회장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읽어 내려갑니다.

[최수현/전 금융감독원장 : CP(기업어음)의 어떤 유통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남기업 주가는 상한가를 거듭했습니다. 당시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전 경남기업은 이미 부분 자본 잠식 상태였습니다. 2012년 230억원이었던 순손실이 2013년 3395억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경남기업 한 변호인은 성 전 회장 본인도 워크아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남기업 전 변호인 : 이번에는 아마 워크아웃을 다시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본인이 느꼈던 것 같아요. 워낙 자본잠식이 많이 되고 사정상 어렵다. 그래서 거의 이번엔 회생신청을 할 것이라고 준비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성 전 회장도 기대하지 않았던 워크아웃이 로비를 통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이 진행되던 2014년 1월 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금융권은 동양사태에 이어 1억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출되며 또다시 위기를 맞습니다. 이 때도 최 전 원장을 비롯한 채권단 수장들이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등장합니다.

이후 채권단은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지분이나 경영권에 손대지 않고 1000억원에 대한 대출을 실시합니다.

[신한은행 담당자 : 완전자본잠식이 된 경우에는 대부분 대주주 감자를 시키는데 완전자본잠식이 안 됐으면 감자를 시키는 사례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 중 대주주 무상감자 없이 지원을 받은 건 경남기업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석헌/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 대주주에 대해서 추가로 지원하면서 감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뜻인데 상식적으로 보면 특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결정되고, 이틀 뒤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감사. 성 전 회장의 금감원과 주채권은행 챙기기는 더 노골적입니다.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수습은 신한은행은 신속하게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리고 농협은 아주 어려워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검찰은 현재 금감원 관계자들의 당시 통화내역을 분석한 데 이어, 주채권은행 실무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주 채권은행 심사역 : 지금 그거는 제가 검찰에서 다 얘기를 할 거고, 기본적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다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검찰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 등 금융권 최고위층은 물론, 정치권의 추가 압력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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