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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서남대 폐교' 그 후…지역 사회도 신음

입력 2018-03-21 21:34 수정 2018-03-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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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단 비리로 논란이 계속됐던 '서남대'가 문을 닫은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캠퍼스는 물론 지역 사회에까지 그 피해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잇따르는 '대학 폐교 문제'를 밀착카메라가 들여다 봤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서남대학교 남원캠퍼스에 나와 있습니다.

설립자의 비리 등으로 수년간 부실 운영 논란을 빚다가 결국 지난달에 폐교가 됐는데요.

보시면 이렇게 교기가 뽑혀져 있거나 바닥에 떨어져서 나뒹굴고 있습니다.

저쪽에는 광고 현수막들이 찢어진 채 바람에 나부끼고 있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과연 캠퍼스 내부 상황은 어떨지 들어가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991년 설립된 서남대는 2012년 설립자 이홍하 씨가 교비 33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위기를 맞았습니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제한했고, 다른 대학들의 인수 시도도 무산되면서 지난달 강제 폐교 수순을 밟았습니다.

폐교한 지 한 달도 안됐지만 캠퍼스에서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남대 직원 : (학생들은) 1800명에서 2000명 정도…. 대학생들은 편입학을 많이 했는데 대학원생들 같은 경우는 학업을 많이 포기했죠. 교직원들은 거의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계시고…]

의과대학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학생들의 수업에 사용하던 곳이라 저쪽에 보시면 방사선 사진이 붙어 있고요.

옆에 칠판에는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는 학생들이 먹다 남은 케이크부터 수업에 쓰던 교재까지 학생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제 교실을 나와서 동아리방 쪽으로 오시면 학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붙어 있고요.

여기는 학생회실인데 이렇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래된 기타 한 대가 눈에 띕니다.

[전 서남대 학생 : 선후배나 동기들이랑 떨어지게 된 게 너무 아쉽죠. 원인 제공은 설립자가 했지만 교육부에서 좀 더 대처를 잘해줬으면…]

황량해진 것은 학교 주위 상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상가 중 유일하게 불이 켜진 사진관에 들어갔습니다.

[사진관 주인 : (상가들은) 힘든 게 아니라 없어졌어요. 나만 여기 앉아있고. 3월에 한 명도 안 왔죠. 저는 갈 데가 없어서 못 가는 거예요.]

원룸 건물도 텅텅 비었습니다.

서남대학교 앞에 위치한 한 원룸에 들어왔습니다.

이 방은 지난해 여름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인데요.

책상 위에는 서남대학교 학생이 살면서 공부했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한때는 학생들로 찼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전기 공급이 정지된다는 안내문만이 남아있습니다.

[원룸 건물 주인 : 2월 달에 다 나갔습니다. (건물을) 사서 들어왔어요. 기본은 되겠다는 그 생각을 했죠. 폐교라고 해도 그리 빨리 되겠나…]

2000년 전남 나주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은 총 15개입니다.

2012년 폐교된 전남 강진의 성화대학은 아직까지 청산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폐교된 지 6년이 됐지만 주변 상권은 아직도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대학에서 14년 넘게 가르쳤던 한 교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덕재/폐교대학 교권수호를 위한 교수 연합회 대표 : 아이고 옛날 생각이 좀 나네요. 비리사학의 경영주들을 교육부에서 관리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갖다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다 돌려 버렸다…]

2021년이면 대입 정원이 고졸자보다 더 많아진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실 대학 뿐 아니라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폐교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원, 또 지역 주민의 몫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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