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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고학력, 화이트칼라는 애국심이 부족하다?

입력 2016-06-21 22:04 수정 2016-06-2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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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은 애국자이십니까? 사실 저희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서도 애국에 대한 이야기를 두 어번 정도 한 바가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애국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런 애국심, 누가 더 큰 지 과연 측정은 할 수는 있는 것인가? 국가보훈처에서는 아마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측정을 했습니다. 이를 측정했더니 고학력, 화이트칼라일수록 예를들어 안보의식, 호국의식이 부족하다…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얘기죠. 그런 결론을 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 문제가 최근 국회에서 불거졌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보통 국회 상임위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전에 부처 관계자가 의원 보좌진들에게 설명회를 여는데요, 지난 16일이었습니다.

그 설명회에서는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와서 "고학력, 화이트칼라인 사람일수록 안보의식이 낮은데, 이런 부분이 심각한 사회갈등의 원인이고 그래서 호국정신 함양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겁니다.

[앵커]

어떤 질문에 했습니까?

[기자]

예, 작년 말에 국가보훈처가 '2015년도 나라사랑의식지수 조사'라는 걸 했습니다.

전국 15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요, 20여 문항을 통해 나라사랑의식 점수를 매기고 호국의식 등에 대해서 평가를 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직업별로 볼 때 자영업자, 블루칼라, 전업주부, 학생들 중 특히 "화이트칼라의 안보의식이 부족했다"고 결론을 내렸던 겁니다.

[앵커]

그 내용은 알겠는데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리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과연 그런 질문을 가지고 측정이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그렇습니다.

[기자]

질문 내용부터가 논란이었습니다.

일단 나라사랑의식과 관련해서는요. '우리나라 역사가 자랑스러운가''기념일에 태극기를 잘 다나' 이런 걸 묻기도 했는데요.

호국의식을 평가할 때는 '최근 우리 안보수준이 어떻다고 보느냐' 물은 뒤, '안보수준이 심각하다' 답하면 좋은 점수, '심각하지 않다'고 하면 낮은 점수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또 '주한미군이 우리 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만약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 편에 서겠느냐' 처럼 마치 사상검증하는 듯한 질문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호국정신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 '호국 인물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어떤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겠느냐'는 식으로 사실상 보훈처 업무를 강조하는 질문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군대나 예비군 훈련 갔을 때 정훈교육에 나오는 질문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수준이 딱 그정도 수준인 것 같은데… 아무튼 화이트칼라가 이 질문들에 대해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모양이네요?

[기자]

그런데 문제는 썩 그렇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훈처는 조사결과에 대한 인포그래픽까지 만들면서 '전쟁이 났을 때 지금 보시는 것처럼 참전하겠다는 사람이 화이트칼라에서 적었다' 그러면서 문제를 삼았는데요.

하지만 다른 질문들을 또 보면 '국가 위기시 극복에 참여하겠느냐' 그리고 또 '법질서와 납세의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느냐', '참정권을 잘 행사하겠느냐'라는 이런 질문에서는 블루칼라나 자영업자보다 긍정답변이 더 많았습니다.

게다가 보훈처 조사에서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전문가 이야기가 있는데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윤인진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 화이트칼라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라든지, 호국의식이 떨어진다고 하는 건 과거의 권위주의 의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이거든요. 중요한 것이, 국가에 대한 생각과 정부에 대한 생각이 다르거든요. 그러한 구분이 있는 건지. 국가에 대해서는 애국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못할 때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앵커]

국가하고 정권을 꼭 동일시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기 질문 내용을 보면 정부에 대한 태도, 이게 설문조사 결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지적인데요. 실제로 보훈처 조사가 진행됐던 지난해 말 당시에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화이트칼라층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는 29%, '못하고 있다'가 62%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아주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에 대한 이런 비호감이 보훈처 설문 결과에 반영될 수 있었다는 거죠.

무엇보다도 보훈처 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는데요. "호국의식이라는 것, 이거는 개인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정권이 정해 주는 게 아니다"라는 지적. 그리고 또 "전쟁에만 연관시켜서 애국심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방식에 애국심을 거세하는 냉전적 사고"라는 그런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훈처가 이렇게 특정 계층을 지목해서 '안보의식이 부족하다', '따로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무슨 배경이 있을 것 아닙니까?

[기자]

보훈처가 지난달에 냈던 호국의 날 관련된 자료에 그 힌트가 있겠는데요.

한국의 사회갈등이 너무 심각해서 이로 인한 경제적인 비용이 한 해 많게는 246조 원에 달하고요. 그래서 정부가 국정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습니다.

고학력, 화이트칼라의 부족한 안보의식이 그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을 했는데요. 결국 이런 게 계속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거죠.

보훈처장은 보훈청 홈페이지에서 '보훈은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정신적, 사회적 인프라'라고 하면서 통합을 누차 강조했는데요.

그간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또 그리고 '국회 무시' 또 최근에는 '광주군사 퍼레이드 논란'까지 자꾸 편가르기를 하면서 정말 통합을 방해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냥 되새겨보자면 국가는 시민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정부에게 맡겨준 거잖아요. 그런데 꼭 정부가 국가와 동일하다는 착각… 사실 국가는 정부하고 시민사회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거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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