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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다 '일자리 미끼'에 속아…1천만 원 '세금 폭탄'

입력 2020-06-16 08:46

'무혐의' 처분해도 세금은 못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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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처분해도 세금은 못 없애


[앵커]

일자리를 주겠다며 개인 정보 관련 각종 서류를 발급 받게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연락이 끊기고 각종 세금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 5명 가운데 한명 꼴로 당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먼저 오선민 기자입니다.

[오선민 기자]

2009년 여름, 공원에서 노숙하던  30대 A씨에게 모르는 사람 2명이 다가왔습니다.

[A씨 : 담배 한 개비나 이런 걸로 접근해서 내가 어느 정도 위치의 책임자인데 (일자리에) 관심이 있냐…]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던 남성들은 A씨를 승합차에 태워 지방으로 데려갔습니다.

이후 취업에 필요하다며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게 했습니다.

[A씨 : 절차인 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도 의심 없이 다 그렇게 했고.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몇 개월 뒤 A씨 앞으로 자동차세 등 1100여만 원을 내라는 각종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회사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었고, 42대의 법인 차량이 자기 앞으로 돼 있었습니다.

[A씨 : 내 재산이 아니라는 걸 입증을 하라니 쉽지 않죠. 그러니까 주거지원비도 못 받고.]

세금 체납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A씨는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막힌 상태입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노숙인 B씨는 부가가치세 6800여만 원을 물게 됐습니다.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던 겁니다.

수법은 A씨와 비슷했습니다.

'방을 얻어주겠다'는 말에 속아 모르는 사람을 따라갔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건넸습니다.

B씨는 누구한테 명의를 도용당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C씨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신상 관련 서류를 빼앗겼습니다.

의류사업과 행사대행사업자로 등록돼 150여만 원의 세금을 떠안았습니다.

[A씨 : 팔다리가 잘려서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무슨 숨만 붙어 있는 거예요.]

[앵커]

이들이 세금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소송입니다. 하지만 소송을 낼 만한 여력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습니다.

이어서 이도성 기자입니다.

[이도성 기자]

A씨는 지난 12일 지자체 3곳이 자신에게 부과한 세금과 환경부담금을 없던 것으로 돌려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수사기관이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세무 당국에 민원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나버렸습니다.

파산이나 회생절차로도 세금을 없앨 수 없습니다.

B씨와 C씨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공익법무법인들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습니다.

홈리스 대부분은 명의도용 범죄에 노출되지만, 법원의 문을 두드린 건 이 세 사람뿐입니다.

상담을 받거나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포기해버리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중엔 9억 원 넘는 세금을 떠안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김도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 일자리, 돈 아니면 추운 겨울엔 하룻밤 숙소, 김밥 한 줄 이런 게 필요한 것이거든요. 그런 거로 유인했는데, 진짜 납세 의무자가 아니라면 걸러주는 게…]

세무 당국은 납세 보호 담당관 제도나 조세심판제도를 두고 있지만, 홈리스들이 대체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거나 통장이 압류되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소용이 없습니다.

[A씨 : 내가 대출하고 내가 차를 뽑아서 팔아먹었다고 그러면 억울하지도 않아요. 그냥 사는 게 지옥…]

(영상디자인 : 최수진·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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