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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성 약 처방받아 '몰아주기'…교도소 '약물계' 만연

입력 2019-04-16 09:01 수정 2019-04-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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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욕억제제는 환각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처방약인 만큼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약 범죄로 수형 생활을 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교도소부터 치료센터까지 마약류인 처방약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구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약 투약과 판매 혐의로 실형을 살고, 지난해 하반기에 출소한 A씨.

최근 교도소에서 환각성이 있는 약을 처방받아 이를 남용하는 실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마약 투약 경험자 : 한 알씩 혼자서 계속 먹으려면 (여러 개 모으기까지) 7일이 걸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너 먹고, 점심은 너 먹고, 돌아가면서 하는 겁니다.]

마약류 약물을 처방받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약물계'가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A씨/마약 투약 경험자 : 검방(방 검사)이라는 게 나오긴 나오지. 하지만 다 숨겨 놓고 먹지. (처방 약물을) 두 알 세 알 먹어버리면 (환각성을) 알게 되는 거예요. 자기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거지.]

10년 넘게 필로폰을 상습투약했던 B씨.

출소할 때까지 처방약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B씨/마약 투약 경험자 : 히로뽕을 안 하니까 회복이 됐다고는 생각을 하죠. 그러나 다른 정신과 약, 진통제라든지 먹어서 어차피 이 뇌는 황폐화해져 있고.]

이들이 교도소에서 처방받았던 약은 주로 우울증과 다이어트에 쓰는 향정신성약품입니다.

[A씨/마약 투약 경험자 : 이 친구가 구속돼 있으면 내가 이 친구 이름으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전만 안에다 넣어주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사다주는…]

2017년에는 교도소에서 졸피뎀을 거래한 '수형자'가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무부가 향정신성 의약품 복용 관리를 강화하기도 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B씨/마약 투약 경험자 : 1일 한 알 이상이 안 되고 나머지 (비슷한) 것들로 다 채워서 약을 해주는 거예요.]

1년 넘게 마약을 끊는데 성공한 C씨.

교도소는 물론 마약치료 전문시설도 처방약의 오남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C씨/마약 투약 경험자 : 교도소에서 먹는 그 약을 거기서 똑같이 약을 먹어요. '우울해요' 말해서 우울증 약을 먹든가…]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마약사범 중 4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합니다.

향정신성 약물의 오남용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B씨/마약 투약 경험자 : (정신과 의사가) 'B씨는 약 먹어야 합니다. 늘려도 됩니다. 몸에서, 뇌에서 필요한 거니까' 약만 많이 늘려줬어요.]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국민 4.4명당 1명꼴로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방약의 오남용이 마약 중독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약물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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