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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임대료 걱정은 줄였지만…외면받는 '안심상가'

입력 2018-12-31 21:31 수정 2018-12-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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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 속의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기존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변두리로 내몰리게 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 우리 말로 '둥지내몰림'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왔죠. 이에 일부 지자체들이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상가를 조성했지만 여전히 상인들은 떠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성동구의 안심상가 2호점입니다.

임대료가 치솟을 걱정 없이 상인들을 안심시켜주겠다며, 지자체가 조성한 상가입니다.

지난 8월에 문을 열었지만 가게 대부분이 떠났습니다.  

안심상가의 1층에는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은 없고요.

운영을 준비 중이라며 이렇게 막아뒀습니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하던 3곳의 가게는 지난 주에 모두다 퇴거했습니다.

상인들은 원래 장사를 하던 곳에서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전 입주 상인 : 2년 지나고 20만원 올려서 140에 하고 그다음에 4년째 되어 가니까 160으로 올려달라고 하더라고요. 7평짜리였거든요.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조성된 상가 주변의 유동인구가 부족해 장사가 잘 되지 않은 것입니다.

건설사로부터 기부채납으로 받은 해당 건물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아침부터 희망온도를 30도로 설정하고 5시간 넘게 난방을 해도 기온은 13.5도에 머무릅니다.

천장에서 난방을 하고 있지만 이 실내 공기는 여전히 차갑기 때문에 가게 곳곳에 전열기구를 놓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 입주 상인 : 손님들이 와서 춥다고 얘기하시고 담요 달라고 얘기하시고…저도 뭐 할 말은 없으니까. 딱 봐도 사람들이 추워하는 게 보이니까요.]

환풍기 소리가 크고, 하수구가 자주 막히는 등 크고 작은 건물 하자도 문제였습니다.

배달앱에서 인기가 많던 1층 덮밥집도 건물 하자로 문을 닫게됐다고 공지했습니다.

성동구에서 안심상가를 처음 조성한 것은 지난 2월입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었지만, 시세 대비 30% 낮은 임대료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심상가 입주 상인 : 안심이라는 게 기간적인 거, 그리고 주인이 갑질하지 않고 그런 안정적인 게 안심이 되는 거죠.]

하지만 2호점의 경우, 처음부터 주변 상가 임대료와 큰 차이를 두지 않았습니다.

[입주 상인 : 평당 4700원밖에 차이가 안 나면 누가 굳이 2층으로 올라오겠느냔 얘기예요. 1층이 다 찼다,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저희가 2층으로 온 거거든요.]

[인근 부동산 : (1층 대비) 잘 받으면 80% 받지만 50% 올 때도 있고. 여기는 2층까지 장사가 엄청 잘되는 곳이 아니다 보니까.]

30평 점포에 할당되는 공용 관리비가 월 50만원 수준, 일요일 영업을 할 경우 구청 시설관리공단의 허가도 받아야 됩니다.

[입주 상인 : 갤러리 특성상 주말에 대관을 하시거나 관람을 하시러 오는 분이 많은데요. 계약 이후에 계약서도 바뀌고 계약 내용도 바뀌다 보니까…]

상인들의 문제 제기에 구청 측은 1년간 임대료와 관리비의 40%를 감면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떠나고, 남은 세입자들과 협상도 지지부진합니다.

[구청 관계자 : 행정재산이다 보니까 행정에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공유물품법상에 다 나와 있습니다. 층간 요율 조정이라든가…]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디자인창업센터입니다.

홍대 일대의 임대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업체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마련한 것입니다.

대부분 업체가 임대료를 지원받지만, 접근성을 이유로 떠난 회사들이 많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곳곳에 불이 꺼져있는 등 입주 업체들도 이용 빈도가 낮습니다.

직접 공간을 제공해 벼랑 끝에 내몰린 상인들을 구제하겠다는 지자체의 실험들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탁상행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시행착오를 통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그 다음이 주목됩니다.

(인턴기자 : 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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