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중에는 러시아에서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름이 길어서인지 '슬라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이 학생은 수영을 잘해서 수영선수까지 꿈꿨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슬라바도 끝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이가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의 단체 사진입니다.
유독 친해 보이는 두 친구가 있습니다.
8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 친구들은 '슬라바'라는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슬라바 옆엔 늘 단짝 정차웅 군이 함께했습니다.
두 친구는 이번 수학여행에서 나란히 방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군은 이번 사고의 첫 번째 희생자로 발견됐고, 오늘(23일)은 슬라바의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슬라바는 한 때 수영선수를 꿈꿀 정도로 운동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고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 군 아버지 : 처음에 수영을 좋아하니까 계속 시키고 코치 구해서 자기가 해보겠다고…]
그런 슬라바조차 끝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물에서 생존력이 강했을 슬라바지만,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 때문에 어이없이 변을 당한 겁니다.
[사고 직후 세월호 안내방송 :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알립니다.]
사고 직후 슬라바의 어머니는 진도로 달려가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고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 군 아버지 : 놀랄까 봐 저 혼자 가고 (아이 엄마한테는) 있으라고 했어요. 이틀 후에 자기가 혼자 버스 타고 왔어요. 오지 말라 했는데.]
슬라바는 1996년 한국인 새 아버지를 만나 2006년 한국으로 이사 왔습니다.
그러나 부푼 마음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8년 만에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접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