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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입력 2020-09-21 09:1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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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44)

비단 '기후 1.5' 연재뿐 아니라 곳곳에서 쉽게 보거나 들을 수 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표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후 악당 중 하나라는 말도 이젠 익숙하실 겁니다. 정부도 여러 정책들을 내놓으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요원합니다. 얼마나 요원한지, 최근에 공개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지난해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09.8ppm으로 기록됐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측정, 발표한 수치인데,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지구 평균 농도를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연평균 농도가 무려 417.9ppm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푯값은 안면도 관측소에서 측정됩니다. 이곳은 '한반도 대표 기후변화감시소'입니다. 기후변화감시소는 안면도 외에도 고산과 울릉도/독도에도 있는데 이들 지점에서도 각각 416.9ppm, 414.5ppm이라는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이 기록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소 현황 및 관측 요소(자료: 기상청)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검은색의 '지구 평균'보다 우리나라의 평균값이 크게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 (자료: 기상청)

417.9ppm이면 어느 정도로 높은 걸까요. 불과 몇 개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던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측정값보다도 높습니다. 지난 5월, 관측소에선 415.26ppm이 기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류 역사상 최고'를 넘어 '300만년 중 최고'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시 CNN,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사실을 주요 기사로 다루며 '뜨겁게 달궈진 지구'의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415ppm에 세계 언론이 들썩였는데, 사실 2018년 우리나라의 평균농도는 이미 415.2ppm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2020년 현재에도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심각성엔 무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시민사회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말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최근 5년의 측정자료를 살펴보면, 온실가스도, 미세먼지도, 자외선도… "좋아졌다"고 말할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두 항목은 우리가 마스크를 쓰거나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 당장 우리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는 우리로 하여금 쉽사리 변화를 부르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오르는 데에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상청은 "전 세계적으로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양과 토양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진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왜 주목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는 바로, 끊을 수 없는 악의 고리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마다 더 내뿜는 온실가스도 문제인데, 이젠 지구 스스로가 품고 있던 온실가스를 뱉어내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렇게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바다와 땅이 품고 있던 온실가스는 더 많이 배출됩니다. 전문가들은 대략적으로, 우리가 뿜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은 바다가, 4분의 1은 땅이 흡수한다고 봅니다. 과거까진 우리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를 자연이 어느정도 감당을 해줬는데, 이젠 그 수준을 넘어선 거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또 있습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내뿜은 이산화탄소 자체가 열을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부산 해운대에 본부를 둔 APEC 기후변화센터는 최근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WMO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세계 평균 높이는 대한민국 온실가스 지구에너지불균형의 상황(자료: WMO, APEC기후변화센터)

태양이 우리 지구로 보내는 에너지의 양, 그 에너지가 다시 우주로 되돌아가는 양의 차이를 '지구에너지불균형'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런데, 이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면서 '잉여열'이 지구에 남고 있습니다. 적당히 받고, 적당히 우주로 되돌려보내야 하는데, 이산화탄소가 이 에너지(열)을 잡아두는 거죠. 잉여열의 대부분(89%)은 바다가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4%는 육지 위의 얼음이나 바다에 떠다니는 해빙을 녹였고요.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직접적으로 해빙을 녹이게 되면? 당연히 해수면이 오르고 극지방의 해빙이 줄겠죠. 여기서도 악의 고리가 이어집니다. 얼음 덩어리일 때엔 새하얀 표면이 빛을, 에너지를, 열을 반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녹아 바닷물이 된다면 결국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됩니다. 동토층의 얼음이 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토양이 드러나면서 흰 눈으로 뒤덮였을 때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하는 거죠.

WMO는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까지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해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드는 '시나리오'는 해마다 '최악'으로 더욱 치닫게 될 것입니다. 해마다 악화가 악화를 가속하는, 그런 '양의 되먹임'이 이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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