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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와대, 김기현 첩보 하달 후 경찰에 집중수사 요구"

입력 2020-02-07 13:41

"행정관, 첩보 수집 때부터 '다른 것은 더 없느냐' 물어"
"선거 임박해 예타 결과 발표 부탁"…청와대 "경찰 수사, 선거 전반에 불법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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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 첩보 수집 때부터 '다른 것은 더 없느냐' 물어"
"선거 임박해 예타 결과 발표 부탁"…청와대 "경찰 수사, 선거 전반에 불법 없었다"

검찰 "청와대, 김기현 첩보 하달 후 경찰에 집중수사 요구"

검찰은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의 비리를 능동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경찰에 '집중 수사'를 요구했다고 결론지었다.

7일 동아일보가 공개한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최초로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은 2017년 9월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문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당시 통화에서 송 전 부시장은 "이전에 제보한 김기현 시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해결방법이 없나"는 취지로 물었고, 문 전 행정관은 "김기현 관련 다른 것은 더 없느냐.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전 행정관은 첩보 내용이 적힌 '진정서(울산시)'라는 파일을 송 전 부시장에게서 받은 후 경찰 수사 착수 시 우선적으로 진술을 끌어낼 수 있는 대상자의 성명이나 직함, 관련 고발사건의 진행 상황 등을 추가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첩보서를 만들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비위 첩보를 단순히 요약·편집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첩보서를 자신의 상급자인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순차 보고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작성된 첩보임을 알면서도 별도의 검증 절차나 확인 없이 첩보서를 경찰에 하달했다고 판단했다.

백 전 비서관은 또 첩보 내용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네며 "경찰이 밍기적 거리는 것 같은데 엄정하게 수사받게 해달라"라며 집중적인 수사를 요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18년 2월 8일 수사상황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13일 선거 전까지 약 4개월 동안 총 18차례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지었다.

보고 내용에는 압수수색 대상지와 집행 날짜, 피조사자의 구체적인 진술 요지 등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공소장에 적혔다.

청와대는 선거 후에도 3차례 더 보고를 받아 총 21회에 걸쳐 수사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철호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돕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약 관련 정보를 예민한 시점에 공개한 정황이 있다고 공소장에 썼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2018년 5월 24일 김 전 시장의 공약인 '산재모(母)병원'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기재부가 이 같은 결론을 공개한 배경에 청와대 측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 시장 측은 2017년 10월 11일 서울 종로구에서 장환석 전 균형발전 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발표를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늦춰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송 시장 측에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던 장 전 행정관은 예타 발표 연기를 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전 비서관은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의 지시를 받아 선거가 임박한 2018년 5월 예타 결과를 발표하라고 기재부에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송 시장은 울산시장 후보 TV 토론 등에서 산재모병원 유치 실패를 거론하며 김 전 시장 측의 정책적 약점을 지적했다.

공소장에는 송 시장의 공약 수립과 단독 출마, 본선 경쟁 등을 위해 청와대 균형발전·사회정책·정무수석·인사 비서관실이 동원된 것으로 적시됐다. 하명 수사를 챙겼던 민정수석·민정·반부패·국정기획상황실까지 합치면 8개의 청와대 비서관실이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청와대는 경찰의 수사 보고와 첩보 이첩, 선거과정 전반에 걸쳐 법에 저촉될 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관련 첩보는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경찰에 이첩한 것이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청와대는 밝힌 바 있다.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은 선거 공약 수립 과정 역시 불법적으로 논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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