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②] 주지훈 "언어폭력도 질병…가볍게 던진 말 큰 상처"

입력 2016-10-04 10:58 수정 2016-10-04 11:4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사 이미지

20대 풋풋했던 로맨틱 왕자님이 30대 피도 눈물도 없는 지옥의 불구덩이 한 복판에 떨어졌다. 변화는 새롭고 변신은 즐겁다.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에 '막둥이 악인'으로 합류한 주지훈(34)은 생애 첫 남자 영화에서 태어나 처음 보는 대선배들과 살 떨리는 호흡을 맞췄다. 애교 넘치는 막내 역할은 옵션이다.

데뷔작 드라마 '궁'에서 선보였던 캐릭터가 자신과 가장 잘 맞는다며 "아직 꽃미남 이미지를 버리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뻔뻔함은 여유롭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 살아 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그에게서 성장하는 30대 배우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기사 이미지

-'아수라' 캐릭터 중 유일하게 선에서 악으로 변하는 인물이다.

"들어가기 전부터 '어쩌지' 싶었다. 일단 상대 배우들이 다 귀신들이라. 형들도 걱정을 많이 했다. 격려와 파이팅이 우선이었지만 우려도 있었다. '너 잘해야 한다' 형들이 다 그랬다. '내가 어렸으면 성모 역할 너무 하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다른 조언은 없었나?

"'네가 변해가는 포인트만 잡아가면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해줬는데 그런 말은 누가 못해!(웃음) 선모를 이해하고 이해 시키는게 가장 큰 숙제였다."

기사 이미지

-캐릭터의 설명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 분들께는 그게 정답이겠지. 다만 선모는 폭력에 노출되고 금방 무감각해진 인물이라 생각했다. 과거에는 육체적으로 피가 보이고 골절이 돼야 그걸 상해로 인정했는데 요즘엔 정신적 아픔도 또 다른 질병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냐. 누구나 정신질환 한 두 개 씩은 다 갖고 있다. 문제는 그걸 무감각하게 생각한다는데 있다.

만성피로도 굉장히 큰 질병이지만 일단 일상에 큰 지장이 없으니까 '이러다 괜찮아 지겠지'라고 넘긴다. 언어 폭력도 마찬가지다. SNS나 온라인 상에서 가볍게 던지는 말에 개구리가 돌 맞아 죽는 것처럼 누군가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 사회에서 폭력에 물들어 간다는 것이 전후 사정 설명 없이도 크게 무리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해하시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문선모의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나.

"있었다. 찍었는데 편집됐다. 하지만 관객은 완성된 영화로만 모든 상황을 이해해야 하지 않냐. 때문에 굳이 밝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또 '아수라'는 나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다. 우성이 형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문선모 스토리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경찰 생활 6~7년 차에 30대가 넘은 남자로서 늘 자기를 아래로만 보는 한도경(정우성)에 대한 자격지심과, 권력자를 모시면서 점점 아는 것이 많아지고 제 위치가 높아지는데 대한 허세, 아는 척, 야망, 명예욕 등이 뒤섞이며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인물로 보면 될 것같다."

기사 이미지

-변하는 과정에서 툭툭 내뱉는 말투가 굉장히 얄밉다.

"눈 앞에서 자꾸 욕하고 그러니가 순간 욱해서.(웃음) 집에서도 날 낳아준 엄마한테 엄마가 '방 치워!' 이러면 '치울거야!'라고 대꾸할 때가 있지 않나. 나 우리 엄마 너무 사랑하는데, 얄미운 말투 쓰고 싶지 않은데 쓰게 되는? 그런 것들을 담아내려 했다. 근데 그것도 연기로 하려니까 너무 어렵더라. 자칫하면 연기를 잘해 보이는 연기처럼 보일까봐."

-실제 주지훈이라면 정우성과 황정민 중 누구를 선택할 것 같은가.

"문선모는 박성배(황정민) 옆에서 그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봤다. 목숨 하나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사람을 옆에 두고 있는데 나라고 안 가겠냐. 살면서 생명의 위협을 한 번 느끼기도 힘든데 매일 매일 느낀다면 강제적으로라도 박성배를 선택할 것 같다. 이미 그 세계에 빠졌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때문에 길가다가 취객이 뭐라고 해도 일단 피하는게 상책이다. 정당방위가 성립 안 될 때가 많으니까. 내가 로봇도 아닌데 함께 맞서 싸우는 와중에 '여기를 때리면 정당방위가 되나?'라는 것을 생각할 수는 없지 않냐. 조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탈 땐 꼭 뒤에 붙어 타시고."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