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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가장의 몰락…상대적 박탈·빈곤, 극단적 선택 잇따라

입력 2015-01-14 15:13

서초동 세모녀 살해·프랜차이즈 미다스손 투신 자살 등
대책 마련 위한 사회적 논의 시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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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세모녀 살해·프랜차이즈 미다스손 투신 자살 등
대책 마련 위한 사회적 논의 시작 시급

가족살해, 투신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통한 30~40대 가장들의 몰락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에 좌절한 이들 '젊은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붕괴를 가져오는 만큼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던 이모(38)씨가 지난 9일 가락동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씨는 30대 초반에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자서전 성격의 책을 출판할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를 다니던 이씨는 제대 후 복학 대신 창업을 선택,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지난 2006년 부산대 앞에 포장전문 초밥집을 창업한 그는 3년 만에 전국에 3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CEO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그룹의 최연소 대표이사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인수한 사업이 경영난을 겪으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전무로 근무하던 한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를 사직했다. 이후 최근까지 무직 상태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아내와 어린 세 아이를 남겨두고 자살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옷 주머니에서 '동생아 미안하다. 형수와 내 아이들을 부탁한다'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30~40대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늘어나는 현상은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30~50대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50대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남녀 전체 자살률보다 높았으며 같은 연령대 여성 자살률을 크게 웃돌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경우 지난 2003년 21.8%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2년 27.3%, 2013년 28.4%로 증가했다. 40대의 경우에도 2003년 28.1%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12년 30.9%, 2013년 32.7%로 증가했다.

남성만 놓고 보면 30~40대 자살률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03년 29.3%였던 30대 남성의 자살률은 2012년 34.6%, 2013년 36.4%를 기록했다. 40대 남성 자살률은 2003년 41%에서 2012년 42.9%, 2013년 47.2%를 기록했다.

2012년 대비 2013년의 40대 남성 자살 증감률은 9.9%p로 같은 기간 -2.9%p의 자살 증감률을 보인 '40대 여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물질 세대'로 규정되는 젊은 가장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과 '블루컬러' 직업을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시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성장'만을 생각하고 자라온 이들 세대가 예상치 못한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대적 빈곤감과 무력감에 빠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족 간 소통의 단절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발생한 서초동 세모녀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40대에 실직한 가장이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 자살을 생각하다 아내와 두 딸을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미다스 손의 자살'과 그 궤를 같이한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오늘날 30~40대의 경우 이전 세대에 비해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물질만능주의가 강하다"며 "입시와 취업 등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성공의 잣대로 여겨온 이들이 작은 실패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좌절하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창 일할 나이의 가장들이 구조조정에 일을 못하게 되고 취업도 어려워진 데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가장에 생계를 기대는 분위기"라며 "여기에다 '블루컬러' 직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 좋다 보니 무력감에 빠진 30~50대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경우 최근 직업에 대한 귀천이 심해진 데다 명예보다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선호한다"며 "40~50대에 실직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2의 직업을 미리 설계해야 실직에서 오는 우울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소통의 장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SNS로 맺어진 관계가 깊이가 얕다는 의견도 있지만 서로의 버팀목으로서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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