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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공효진 "페미니즘 발동…독립 투사처럼 싸웠다"

입력 2016-11-30 10:03 수정 2016-11-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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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공효진 "페미니즘 발동…독립 투사처럼 싸웠다"

'공블리'가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보란듯이 뒤통수를 친 공효진(36)이다. 러블리한 패션도, 메이크업도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에서는 일절 구경할 수 없다. 조선족이 아닌 100% 순수 중국인 캐릭터를 연기한 공효진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변장에 가까운 분장으로 미모마저 감췄다.

브라운관에서는 여전히 상큼 발랄하고 톡톡 튀는 공블리 캐릭터로 지분율을 쌓는 공효진이지만 스크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연기파 이미지로 180도 얼굴을 뒤바꾸는 팔색조다. 연기를 위해 버릴 것은 가차없이 버리는 배우.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다"는 공효진의 걱정은 사실상 사치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②] 공효진 "페미니즘 발동…독립 투사처럼 싸웠다"
[인터뷰②] 공효진 "페미니즘 발동…독립 투사처럼 싸웠다"

- '미씽' 한매를 보면 '화차' 김민희가 떠오른다.

"나 역시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떠올랐던 캐릭터다. 캐릭터의 사연을 풀어내는 방식과 설정에 유사성이 있기는 하다. 좋아하는 캐릭터였고 인상깊게 본 캐릭터라 '나도 저런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지점도 분명하다. 너무 스포일러라 다 말해 드릴 수 없어 답답하다."

- '미쓰홍당무' 양미숙이 가장 강력한 공효진의 캐릭터가 될 줄 알았는데 한매가 뛰어 넘은 것 같다.

"상황은 한매가 더 극한이지만 배우로서는 '미쓰홍당무'가 더 힘들었다. 미선이는 모든 것을 혼자 다 짊어져야 하는 아이 아니냐. 잠깐 세팅하는 시간 몇 시간이 나도 뒤에 앉아서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그게 습관이 돼 친구들도 '왜 그래?'라고 물어 볼 정도였다. 모든 것에 대해 '뭔가 잘못됐어' 이런 느낌이었다."

- 한매는 외로움이 더 컸을 것 같다.

"너무 외로웠다. 한매가 외로우니까 나도 같이 외롭고.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어두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버려진 상태다 보니까 찍으면서도 '아, 이 여자 진짜 불쌍하다. 외롭다'는 감정이 문득 문득 치솟았다. 특히 쪽방 촬영 땐 세트장만 봐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마음이 무너져 내리더라."

- 현실감이 느껴지던가.

"'쪽방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지금도 고시원에서 청춘을 보내는 후배들이 있고 가깝게는 '질투의 화신'을 찍을 때 (고)경표가 자기는 헝그리 시절이 있었다면서 '누나, 전 알아요. 공감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솔직히 난 잘 몰랐다. '이것보다 더 극한이 있을 수 있을까?' 싶더라. 물론 있기야 하겠지. 아직 시한부 연기도 안 해 봤으니까."
[인터뷰②] 공효진 "페미니즘 발동…독립 투사처럼 싸웠다"

- 감춰진 한매의 비밀, 감정의 변화들이 참 거칠다.

"'이쯤에선 미쳤었나?' 생각했던 부분들도 있다. 경악할 만한 신들이 있지 않나. 근데 더 큰 문제는 스태프들과의 의견 차이였다. 남자 스태프들은 모성과 엄마를 강조하면서 '여자처럼 보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감독님과 지원언니, 나는 '이건 여자 이야기다'는 마음이 확고했다. 페미니즘이 발동하고 독립투사처럼 싸워 이겨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 성별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라니. 여자 영화라서 더 그랬을까.

"'남녀의 시각차가 이렇게 다른가?' 답답할 때도 있었다. '제작비와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우리 현장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보다 감독님과 지원언니가 더 고생이었다. 현장을 떠날 때마다 '감독님, 언니 파이팅이에요!'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던 것 같다. 결국 여자 셋이서 싸워낸 현장이다. 다행히 작품이 잘 나와 좋다."

- 실제 절친이기도 한 엄지원과 똘똘 잘 뭉쳤다고.

"지원 언니가 있어 마음이 편했지만 언니만 현장에 두고 갈 땐 또 마음이 불편했다. 내 입장에서는 비빌 언덕이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언니는 상당 부분 홀로 버텨내야 했다. 정말 대단하다. 여성의 파워를 어느 정도 보여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

조연경 기자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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