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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우리는 맥도날드 앞에 줄을 섰었다'

입력 2019-10-29 21:54 수정 2019-10-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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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을 시작하겠습니다.

요샛말로 하자면 '힙' 하다고나 할까…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햄버거란, 세련된 서구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1988년 서울 압구정동에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 장사진을 치며 기다려 먹기도 했었으니까요.

역시 당대의 '힙한' 시인이었던 장정일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 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하위문화를 교양 있게 소비하는 현대사회를 다소 삐딱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어쩌자고 우리가 <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 > 가운데서 빠질 수가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 장정일 <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작품 안에는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은근히 까다롭기 그지없는 햄버거 만드는 방법이 나열됐습니다.

곱게 다진 뒤 촉각을 이용해서 동글납작하게 빚어 속까지 익히고 소스와 야채를 더한 뒤에야 완성되는 명상…

햄버거로 대표되는 서양의 문화는 그렇게 우리 생활을 단숨에 점령해버렸습니다.

"평양에 맥도날드가 진출할 것인가"

대북 민간 투자의 상징물로 언급되었을 만큼 맥도날드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1990년 모스크바에 진출한 맥도날드의 첫 매장.

그 길게 늘어선 줄은 소비에트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고…

'맥도날드가 진출한 지역엔 전쟁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햄버거 가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세계물가를 가늠하는 '빅맥지수(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물가수준을 비교)'가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요.

그 자본주의의 상징, 맥도널드 햄버거는 그렇다 보니 자본주의의 약점까지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까…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신장이 독소를 못 걸러 체내에 독이 쌓이는 증상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패티를 먹고 발병했다는 주장이 제기

값싸고 간편한 그 음식은 효율성이 필연적으로 가져오곤 하는 부작용을 의심받습니다.

더구나 문제 제기는 내부에서 불거졌지요.

'맥도날드가 있는 곳에 전쟁은 없다'는 큰 담론 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깨끗함'일 뿐…

"사진이 연출됐을 가능성…전수조사에 나서겠다"
- 맥도날드 측

"햄버거에 대한 명상" 장정일 시인은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비우고 명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들은 이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

장정일의 약간 삐딱한 비아냥이 들어간 표현…

"맛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 햄버거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또 다른 명상의 주제.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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