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55자 남긴 성완종 마지막 24시간, 되짚어보니

입력 2015-04-13 22:11 수정 2015-04-13 23:4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 한 장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메모지에 적힌 55글자 그는 무엇을 말하려했던 것일까요? 오늘(13일) 탐사플러스는 성완종 회장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인지 역추적해봤습니다. 먼저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24시간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서복현 기자입니다.

[기자]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성완종 전 회장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 했습니다.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저는 MB맨이 결코 아닙니다.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왔습니다. 왜 제가 자원외교의 표적의 대상이 됐는지…]

결백을 입증하려고 회사 비리를 주도한 임원을 지목해 고발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밤 10시 반 변호사와의 마지막 통화, 다음날 있을 영장실질심사 생각 뿐이었습니다.

[오병주/성완종 전 회장 변호인 : "아침 9시 반 정도에 오 변호사 사무실에서 차 한잔하고 그리고 법원으로 같이 갑시다"라고 해서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5시, 성 전 회장이 향한 곳은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3시간 뒤였습니다.

[A 씨/성완종 전 회장 운전기사 : 유서는 펼쳐 있었어요. 유서라고 써 있어서 유서인 줄 알았습니다. (바로 신고했나요?) 네.]

오후 3시 반쯤 성 전 회장은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루 만에 확 달라진 성 전 회장의 선택은 지인들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B 씨/전 경남기업 관계자 : 가족들한테 드러내는 분이 아니셨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극단적인 성격이 아닌데요.]

밤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사실 성 전 회장은 강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병주/성완종 전 회장 변호인 : 가족 카드라든가, 현장 사무소장 카드 이런 것이 전부 압수돼서요. "너무 고통스럽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믿었던 측근이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검찰에 진술하자 배신감도 느꼈다고 합니다.

[B 씨/전 경남기업 관계자 : 배신감이 우선이 아닐까. 회사 안에서도 이제 편이 없다고 생각하셨고요.]

특히 구명 요청을 거절한 정치인들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는 게 주변의 얘기입니다.

성 전 회장은 결국 밤사이 유서를 남겼습니다.

현금을 줬다는 정권 실세 8명의 이름 등이 적힌 55자 메모도 이때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모 씨/경남기업 관계자 : 저는 거의 맞다고 봅니다. 억울해서 돌아가시는 마당에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이름 옆에는 금액까지 적었습니다.

[정모 씨/경남기업 관계자 : 회장님은 숫자에 굉장히 밝으신 분인데 한 번 봤던 숫자를 잘 안 잊으시고 암기력 좋으신 분입니다.]

메모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언론사에도 전화했습니다.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그 양반(김기춘 전 실장)한테 10만불을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내가 전달해 드렸고요. 허태열 실장 현금 7억 주고요.]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는 검찰 손에 들어갔습니다.

[박준호/전 경남기업 상무 : 특수부에서 검사 한 분이 오셔서 못 주겠다고 저희들은 돌려 달라. 결국 저희들은 복사도 못하고 열람도 못하고 받지도 못 했습니다.]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에 되레 큰 숙제를 안긴 겁니다.

생을 포기하면서 쓴 한 장의 메모는 이제 현 정권 실세들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잠적, 추적, 결국 시신으로…성완종 '마지막 10시간' 행적 "난 결백하다" 유서 쓰고 사라진 뒤…성완종, 충격의 죽음 성완종 빈소 서산에 마련…"부검·유서 공개 안 한다" [청와대] 성완종이 폭로한 '2006·2007년'에 무슨 일이? 거명된 인사들, 일제히 "사실 아니다"…새누리 '곤혹' 유류품 중 '정치인 리스트' 쏙 빼간 검찰…유족 '반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