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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마당발' 성완종…비극으로 이끈 '정치 신기루'

입력 2015-04-13 22:12 수정 2015-04-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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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 전 회장은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거대 기업을 일군 기업인입니다. 이번 사건이 난 뒤 정치만 안 했다면 인생이 비극으로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들을 주변에선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요? 또 마지막 남긴 55자 메모에 적힌 정치인의 이름은 뭘 의미하는 것인지 이서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성완종은 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오배근/새누리당 충남도의원(30년 지기 친구) : 본인이 못 배운 게 좀 있고 학업에 대한 열등감. 그 다음엔 기업을 하니까.]

관급공사를 하며 정치인맥을 다진 게 시작이었습니다.

[A씨/여권 관계자 : 사업을 하면서 거의 관급공사였어. 관급공사가 어디 로비 없이 수주할 수 있나.]

인맥관리가 철저하기로도 유명했습니다.

[B씨/여권 관계자 : 아침, 점심, 저녁을 절대 혼자 먹는 법이 없어. 정보 교환하고 주고받고 하는 걸 취미생활로 생활화된 사람이야.]

건설회사를 운영하다보니 로비가 필요했고 여기저기 정치권을 찾던 그는 차라리 본인이 국회의원이 되자 싶었다는 겁니다.

그가 만든 친목단체 '충청포럼'은 전국 10개 지부, 100여개 지회 아래 3500여 명의 회원을 둔 거대조직입니다.

2003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고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2번을 받으며 본격 행보에 나섭니다.

하지만 국회 입성의 꿈은 좌절됩니다.

[김광식/전 선진통일당 사무부총장 : 2004년 선거가 자민련에게 마지막 종말을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원내에 진입을 못했죠.]

오히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습니다.

성 전 회장은 사면을 받은 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문을 다시 두드립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고 인수위에도 들어갔습니다.

그후로 그는 MB맨이 됐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그는 갑작스런 말을 내놓습니다.

[성완종/지난 8일 기자회견 : 저는 MB맨이 결코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친박계 정치인들은 그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홍문종 의원/새누리당 : 저뿐만이 아니라 조직총괄본부에 같이 근무했던 모든 직원들도 성 전 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자살 하루 전 내놓은 이 말은 단순한 계파 문제를 거론한 게 아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친박에 대한 마지막 경고가 아니었을까 풀이합니다.

[이강윤/정치평론가·한국여론연구소장 : 자기가 궁지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자결을 앞두고 결연한 심정으로 이런 폭로를 한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는 결국 친박계 실세들에게 검은 돈을 줬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경남기업(경향신문 인터뷰) : 2007년 대선 캠프때 제가 많이 도왔어요. 리베라호텔에서 만나서 몇 회에 걸쳐 7억원 주고 그 돈 가지고 경선을 치른 겁니다.]

하지만 그는 5년 뒤 친이 친박계도 아닌 선진통일당이란 새옷을 입고 국회에 입성합니다.

그리고는 그 해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 합당 당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김광식/전 선진통일당 사무부총장 : 그분이 합당을 위해서 (충청도) 단체장 내지는 시도의원 내지는 기초의원 이런 분들을 자주 만나셔서 이번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도록 하자 기왕 도와주는 거 아예 살을 섞어 도와주자.]

자민련에서 한나라당, 선진통일당, 다시 새누리당으로 본업을 떠나 10여 년 동안 정치판을 떠돌던 그는 결국 메모지 한 장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쪽지입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에서 왜 이들을 떠올렸을까요.

우선 허태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입니다.

정권 출범 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김 전 비서실장 옆엔 '2006년 9월 독일 베를린'이란 구체적인 시점까지 있습니다. 이때는 비서실장 역할로 박 대표를 따라갔을 때입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007년 17대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18대 대선 후보 땐 직능본부장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두 번 겹치는 건데, 결국 박근혜 대표 시절 비서였거나 비서격이었던 사람들입니다.

홍문종 의원과 서병수 시장은 각각 대선 때 조직총괄본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대선 때 금고지기 역할을 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는 최근 박 대통령이 임명한 이완구 국무총리입니다.

결국 이들은 대표 시절,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이후 정치인 박근혜의 최측근 그룹입니다.

성 전 회장이 쪽지를 통해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는 이제 분명해 보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죽기 전 하려던 말의 진위를 가리는 건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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