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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윤동주는 왜 별을 헤었을까…'

입력 2019-04-11 21:42 수정 2019-04-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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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밤 당신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들이 실제로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틀린 얘긴 아니지요.

빛의 속도로 일 년 동안 달렸을 때 도달하는 거리가 1광년이라고 하는데…

우리 눈에 보이는 별들은 짧게는 4.3 광년부터 길게는 헤아릴 수 없는 그 이상까지…
 
그러니까 우리 눈에 도달한 별들은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동시에 또한 존재하는…

모순의 존재들입니다.

인간의 감성을 한없이 아름답게 끌어낼 수 있는 별들을 이런 식으로 분석한다면 그 수많은 감성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 석 달 뒤면…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지 꼭 50주년이 되는 날인데…

50년 전의 그 날, 그러니까 1969년 7월 21일 저녁에 저는 장독대에 올라서 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 마루에 놓인 흑백텔레비전에서는 닐 암스트롱이 황량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것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아주 작은 발자국이지만…뭐라 뭐라' 이렇게 하는 그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었지요.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닐 암스트롱, 우주비행사

그러니까 저는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그 역사적인 순간에 텔레비전에서 뿐만이 아니라 저의 육안으로도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본 그리 많지 않은 지구인 중의 하나였다는 얘기…

다음날부터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달에는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는 존재하지 않는다…그러니 달에 대한 낭만의 시대는 갔다고 말입니다.

별과 달에서 그렇게 과학은 낭만과 신화를 지워갔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런 얘기…

1756년 여름, 인도 콜카타의 후글리 강변.

벵골의 태수인 시라지의 군대에 포로로 잡힌 영국인들은 매우 어둡고 비좁은 감옥에서 단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숨 막히는 무더위에 대부분 죽고 말았는데 그 악몽의 방의 이름은 바로 '블랙홀'…

그로부터도 150여 년이 지나서야 아인슈타인은 머나먼 우주에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는 블랙홀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그래서 이론 물리학자 킵 손의 말처럼 블랙홀은 그 이름의 연원부터가 좀 공포스럽긴 해도 신화의 영역에 더 어울리는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블랙홀은 실제 우주보다 공상과학과 옛날 신화의 영역에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 킵 손, 이론물리학자

그러나…

이것도 역시 신화로 남기엔 틀렸습니다.

과학은 그 존재를 이렇게 공개해 버렸으니까요.

자, 이렇게 다 들여다보았으니 이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윤동주는 왜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별들을 헤었고, 아이들은 왜 달에 사는 토끼를 꿈꾸었을까…

그리고…

그 거대한 우주의 한 점에도 이르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애가 닳고, 분노하고, 탐욕을 키우는가…

"저 창백한 푸른 점을 보세요. 저것이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멀리서 찍힌 이 사진만큼 인간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건 없을 겁니다."
- 칼 세이건, 천문학자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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