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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자연, 짓다 만 건물은 '흉물'로…난개발에 우는 제주

입력 2018-08-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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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비자림로를 확장하는 공사를 두고 일고 있는 논란, 연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제주 곳곳에서 개발과 보존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로 담았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나무들이 베어진 채 쓰러져 쌓여있습니다.

밑동 너비가 손 세 뼘이 훌쩍 넘는 이 나무도 베어져 나갔습니다.

원래는 이런 나무숲이었는데요.

이곳은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되다 임시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입니다.

공사가 중단한 다음 날,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김킴/송당리 주민 : 황당하죠. 구좌읍에 오랫동안 살면서 이 길이 막힌다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고석훈/송당리 주민 : 렌트카부터 해가지고 주차장을 방불케해가지고. 지역주민은 환경 파괴하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거는 억울하다.]

제주에서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곳은 비자림만이 아닙니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세화리 다랑쉬오름 앞입니다.

인근 부지는 이미 유럽풍 타운하우스 건립을 위해 다져진 상태입니다.

다랑쉬 오름 앞에 이 풀숲 공터는 테마관광을 표방한 제주 이탈리아 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지난해 제주시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권정은/인근 주민 : 다랑쉬마을은 거기 자체로도 경관이 아름답고 손대지 않은 마을인데. 다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죠. '또 저기 (개발된다)']

세계적인 습지 주변인 구좌읍 동복리는 사파리월드 개발 사업으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좌읍 제주 사파리 월드 예정부지 안에는 이렇게 작은 습지가 여러 곳 있습니다.

이 위를 가득 채워 자라난 것은 순채라는 이름의 멸종위기 식물입니다.

이 풀숲 너머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도 있습니다.

[오중배/선흘리(동백동산 마을) 이장 : 분뇨 섞인 물들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다 땅으로 내려가잖아요. 또 코끼리 사자 이런 동물들 키우고 이러면 나무뿌리 같은 게 남아나지 않잖아요.]

제주도가 지난달 이 사업에 재심의 결정을 내리자 이번에는 사업을 추진하던 마을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병수/동복리 이장 : (제주도가) 힘이 있는 단체나 힘이 있는 기업한테는 (허가)하고 저희 같은 마을은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지역을.]

해안가 짓다 만 회색 건물들이 흉물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공기업인 JDC가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허가받아 추진하던 제주예래휴양단지입니다.

하지만 실제 공사는 호텔 등 수익용 시설을 짓는 위주로 진행됐고, 2015년 허가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공사는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강민철/예래휴양단지 전 토지주 : 국가공기업이 도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겁니다. (토지를) 낮게 사가지고 공적인 개발 안 하고 이런 이상한 개발을 했지 않습니까.]

주민들은 이미 개발로 훼손된 자연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김기현/예래동 주민 : 원상복귀요? 절대 가능 안합니다. 시작해 놓으면 절대 반환은 안 돼요.]

전문가들은 환경과 공존을 강조하는 제주도가 정작 난개발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과 :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거는 하나도 평가를 안 하고 그냥 좁으니까 길을 뚫어야 된다는 가치로 보는, 그거는 전형적인 난개발이거든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

제주도가 내세우는 도의 미래비전입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그만큼 되돌리기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취재지원 :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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