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지'이던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1일 나란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안 전 지사는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의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고법 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에 노타이 차림으로 청사에 들어선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신분으로 김 지사와 같은 날 법정에 서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증인으로 나오는 김지은씨를 마주하는 심경, 혐의 부인 입장 등을 묻는 말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취재진이 계속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것이냐'고 묻자 "죄송합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안 전 지사는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아 피고인석으로 이동한 뒤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대기했다.
안 전 지사가 법정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수십 명은 그를 향해 "안희정을 구속하라"고 연달아 소리쳤다. 이들은 안 전 지사를 향해 '수행비서는 24시간 불러도 됩니까?', '유죄' 등이 적힌 노란 손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안 전 지사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45분께에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했다.
김 지사는 취재진이 안 전 지사와 같은 날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심경을 묻자 "제가 답변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심정을 묻는 말에는 "저도 제 재판받기 바쁜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지사가 법정으로 이동하는 와중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경수를 구속하라"고 소리쳤다.
두 사람의 법정 출석 길이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경찰의 대비 조치로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