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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헬멧이 60도"…폭염 속 배달 뛰어보니

입력 2021-07-23 20:51 수정 2021-07-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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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찬바람 나오는 에어컨 뒤편에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실외기가 늘 있는 것처럼 시원한 데서 편리하게 시키는 배달 주문 뒤에는, 땡볕에서 고생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요.

밀착카메라 조소희 기자가 같이 다녀봤습니다.

[기자]

배달 노동자 김모 씨는 출발 전 일단 얼음물부터 마십니다.

[김모 씨/배달노동자 : 이것도 마시고 싶어도 잘 안 마시는 이유가 또 화장실 가야 되니까 최소한만…]

흐르는 땀 때문에 눈앞이 흐려져 넘어질 뻔한 뒤로 낮 배달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습니다.

[김모 씨/배달노동자 : 이제 사고 날 뻔한 경험도 있고 그래서 어제 하루만 밤에 해보자 했는데 밤에 수익이 별로 안 좋았어요.]

도대체 얼마나 더운지, 기자가 직접 알바를 해봤습니다.

보냉백을 메고 다니니 배달 시작 전부터 이미 등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식당가로 들어서니 체온이 얼마나 뜨거운지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받아 배달에 나서는데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가 가장 무섭습니다.

[와, 언덕이네…아 뜨거워 아스팔트.]

땅 온도를 재보니 60도에 달합니다.

안전을 위해 쓰는 헬멧 온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 번째 배달을 마쳤는데요, 헬멧이 60도가 넘는 걸로 측정이 됐습니다. 안장도 뜨거워서 앉을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자전거를 식히러 급히 그늘로 향합니다.

[와, 그늘…그늘로 가야지.]

자전거 배달로 등록해놨는데 플랫폼 AI는 주스 40잔을 배정해줬습니다.

[(사장님 여기 이렇게 다 찼는데 가로로 넣어도 돼요?) 잘못 가져가시면 여기가 터져가지고…]

"사장님 여기 이렇게 다 찼는데 가로로 넣어도 돼요?"

"잘못 가져가시면 여기가 터져가지고"

배달에 꼭 필요한 휴대폰도 뜨거워져서 만질 수가 없습니다.

음식을 들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만 겨우 폭염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강남역 인근에서 도보로 배달하는 노동자를 따라가봤습니다.

가방 3개를 메고도 빠르게 걷습니다.

[강모 씨/배달노동자 : (걸음이 엄청 빠르시네요.) 픽업 예정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지난 5월부터 배달일을 시작했는데, 두 달 사이 7kg 가까이 체중이 줄었습니다.

무겁고 뜨거운 음식 주문도 이어집니다.

[강모 씨/배달노동자 : (이게 지금 삼계탕인 거예요?) 네.]

마스크가 땀에 젖어 한 시간마다 교체하는 상황, 엘리베이터나 높은 빌딩이 만든 그늘에서 잠깐 쉬는 게 전부입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직업인 만큼 폭염 대책은 충분치 않습니다.

원래 서울 시내엔 배달 노동자를 위한 무더위 쉼터 세 곳이 운영돼 왔습니다.

[김용균 씨/배달노동자 : 많이 힘들죠. 요즘은 너무 덥고 그러니까 일부러 쉬려고 들어와 있는 거예요. 평소 같으면 한창 일할 땐데 이때 제일 뜨겁잖아요.]

그마저도 강화된 거리두기 탓에 한 곳은 문을 닫았습니다.

[정지준 씨/배달노동자 : 더 생기면 기사들에게 좋겠죠. 많이 생기면 좋죠.]

폭염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죠.

편리한 주문 뒤에선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폭염을 견디며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배달 노동자가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할 때가 아닐까요.

(VJ : 박선권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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