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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외국인투수 '광속구' 전성시대

입력 2016-07-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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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이 최소 한 번 이상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다.

교체에서는 '트렌드'가 보인다. 새로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외국인 투수 8명 중 시속 151km 이상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5명이나 된다. 에릭 서캠프(한화)와 요한 플란데(삼성), 조쉬 로위(kt)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는 모두 '강속구파'다.

서캠프와 플란데, 로위도 구속이 현저하게 느린 건 아니다. 서캠프는 지난 14일 데뷔전에서 직구 구속이 최고 146km까지 나왔다. 로위도 시속 148km를 기록했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플란데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직구 평균 스피드가 시속 90.8마일(146km)이었다. KBO리그 기준에선 빠른 공이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150km 직구는 기본…카스티요 160km

파비오 카스티요(한화)는 19일 대전 kt전에서 시속 160km를 기록했다. KBO 역대 최고 기록에 2km가 부족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구속은 2012년 9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 레다메스 리즈(LG)가 던진 시속 162km다.

카스티요는 한화 입단 뒤 "패스트볼은 96마일에서 101마일까지 던진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01마일은 시속 162.5km. 리즈의 최고 구속을 뛰어넘는다. 카스티요의 컨디션에 따라 KBO리그에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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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브라울리오 라라는 시속 156km가 최고 기록이다. 크리스 세든을 대신해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라라는 왼손 투수다. 타자들이 체감하는 스피드는 더 높다. 팀 에이스 김광현의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53km 내외다. 현재 KBO에 등록돼 있는 왼손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로버트 코엘로의 뒤를 이어 넥센 유니폼을 입은 스캇 맥그레거도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4km다. 26이닝 동안 홈런을 6개 맞아 불안감을 남겼지만, 빠른공은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넥센은 최근 수 년 간 라이언 피어밴드, 앤디 밴 헤켄, 코엘로 등 시속 140km대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를 주로 뽑았다. 맥그레거는 넥센이 모처럼 뽑은 '파이어볼러형' 외국인 투수다.

◇"좁은 스트라이존, 적응은 파워피처가 낫다"

한 구단의 외국인 선수 담당 스카우트 A는 "지금 구단들은 파워 피처를 선호하고 있다. 스피드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오프시즌이 아닌 시즌 중에 영입을 결정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지 않다. A 스카우트는 "지금은 외국인 선수 시장에 투수 자원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선택지가 좁다 보니 '확실한' 스피드에 눈길이 더 간다.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게 많다. 그 중 스피드는 중요한 요소다. 신동윤 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은 "지금은 구속, 로케이션, 회전수, 무브먼트, 각도 등 투구의 물리적 속성이 측정되는 시대다. 여러 요소 중 투구 결과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건 스피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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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타고투저 현상도 파워피처 선호 현상의 이유다. A 스카우트는 "프로야구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제구가 좋은 투수가 통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야구와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파워피처를 데려와 힘으로 상대하게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 구단 스카우트 B도 "비슷한 연봉이라면 파워피처가 낫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제구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위는 데뷔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로위는 올시즌 멕시칸리그에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1⅓이닝 6피안타 4볼넷 8실점으로 부진했다. 멕시코와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화는 '우완 파이어볼러'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부상 때문에 올 시즌 중도퇴출됐지만 빠른 공을 앞세워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렸다. 로저스의 KBO 데뷔전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56km였다.

◇끝나지 않는 외국인투수 고민

트렌드는 변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싱커 투수가 각광받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 업무를 10년 가까이 한 진상봉 SK 육성팀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서 뜨면 넘어가는 국내 야구장 특성 때문에 땅볼 유도형 투수가 선호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하나 장점이 있다고 해서 다른 점까지 좋은 투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3년 김응용 감독 부임 이후 기존 강속구 투수 대니 바티스타 이후 제구가 좋고, 떨어지는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하지만 다나 이브랜드, 케일럽 클레이, 앤드류 앨버스 등은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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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투수에 대한 선호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싱커, 혹은 투심패스트볼은 아직 국내파보다는 외국인 투수들이 더 잘 던지는 공이다. 하지만 올시즌 트렌드는 '광속구 외인'이다. 진 팀장은 "외국인 투수라면 압도적인 걸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구 스피드를 비롯한 구위가 될 수 있고 변화구의 날카로움이 될 수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파워 피칭이 바탕에 깔고 가야한다. 하지만 변화구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는 투수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투수라면 한국에 올 확률 자체가 떨어진다.

직구 하나 빠르다고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조범현 kt 감독은 "국내 강타자들은 국제대회에서 빠른공을 자주 상대했다. 프로리그에서도 빠른공을 던지는 외국인을 만난다. 공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 황재균은 피츠버그 강정호의 성공에 대해 "국내에도 빠른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많다.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스티요는 시속 160km를 기록한 19일 대전 kt전에서 난타 당한 끝에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라라도 변화구 컨트롤이 되지 않은 선발 데뷔전(7월 9일 인천 kt전)에서 4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에서 퇴출된 앨런 웹스터는 미국 시절 시속 98마일(158km) 짜리 싱커를 던진 투수였다.

직구 일변도 피칭은 국내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좋다. 진상봉 팀장은 "미국에 시속 160km를 던지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컨트롤이 안 돼서 그쪽에서 포기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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