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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온 가족이 낚였다?…불량 송어축제 실태

입력 2015-01-19 21:36 수정 2015-01-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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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철 나들이의 단골 코스 중 하나가 얼음 낚시 축제입니다. 특히 최근 늘어난 송어 축제, 가보신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좀 잡으셨습니까. 대부분은 10만-20만원씩 내고 허탕쳤다고들 하시던데요.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일부 지자체의 송어 없는 송어축제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김관 기자입니다.

[기자]

여기는 강원도 평창입니다.

주말을 맞아 상당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이곳저곳 북적이고 있는 모습이 지금 뒤로 보이실 텐데요. 바로 평창 송어축제 현장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시민분들 만나 보니까 송어는 없고 되레 상술이 많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매표소부터 길게 늘어선 줄.

기본 입장료가 1인당 1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시중에서 1천원이면 사는 플라스틱 낚싯대가 3배 가격에 팔립니다.

이때 출입구에선 입장권 부착 문제로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납니다.

[방문객 : (직원: 일련번호가 없잖아요. 좀 나오시라고요, 손님.) 그러면 저희는 누구한테 얘기해요? (직원: 가져와서 물어보셔야지. 직원들한테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이제 방송에서 나오니까 친절하게 해주시는 거예요? 아까는 불친절하더니?]

낚시터로 들어가봤습니다.

때마침 송어 방류 시간.

지금 제가 쫓아가고 있는 이 트랙터 안에는 약 2백마리 정도의 송어가 있다고 합니다.

곧 이제 방류가 될 건데. 이러게 해서 많으면 하루 평균 약 2천마리 정도가 방류된다고 합니다.

과연 오늘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 몇 마리나 이중에서 건질 수 있을까요?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주머니를 연 채 애원을 합니다.

[방문객 : 한 마리만 주세요.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직원: 죄송합니다.) (낚시 하시면 되는데 왜 여기 와서 그러시나요?) 너무 안 잡혀요. 몇 시간 동안 아이들이랑 추운데 안 잡혀요.]

정말 그럴까.

방문객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얼음판 아래로 빨려들어갈 기세입니다.

[방문객 : (오늘 몇 마리나 잡으셨어요?)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몇 시간 투자하셨는데요?) 아침 8시에 와가지고.]

[방문객 : (미끼) 먹는 거 잡아서 올라오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계속 잡는 거 보러 다니고 했는데…]

실제로 송어 잡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 행사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 낚싯대를 이용해서 이렇게 얼음 구멍으로 낚싯줄을 내려뜨린 다음에 잡는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대 반출량이 송어 2마리라고 하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2마리는커녕 한 마리도 채 잡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나마 잡아도 씁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김성준/충북 청주시 : (몇 마리째 잡으신 거예요?) 한 마리, 열 명이서 한 마리. 이거 한 마리 잡는데 한 15만원 들었어요. 입장료하고 낚싯대하고 뭐.]

아무리 해도 낚시에 실패한 아빠들은 추가 비용까지 내고 맨손 잡기에 도전합니다.

송어가 안 잡히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축제 낚시터엔 주말 평균 8천여명이 몰립니다.

반면 방류되는 송어는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송어 축제 관계자 : (하루 평균 방류하는 송어 양은 얼마나?) 한 4천 마리 정도. 적을 때는 낚시터 두 칸 정도만 하기 때문에 1천5백~2천 마리.]

실제 물속 상황은 어떤지 수중 촬영을 해봤습니다.

돌아다니는 송어가 많지 않을뿐더러 이상이 있는 듯 불안정하게 헤엄치는 모습도 보입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방문객들이 속출합니다.

[목영미/서울 미아동 : 실망인 것 같아요. 송어 양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회는 못 드시겠네요?) 네, 차라리 그 가격으로 횟집에 가서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경기 지역 송어 축제들은 어떨까.

입구부터 각종 판촉 행사와 노점들로 가득합니다.

축제장 곳곳엔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회를 먹는 식당의 위생 상태도 썩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역시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송어 축제 관계자 : 잘 잡는 분들은 잘 잡는데, 못 잡는 분들은 못 잡아요. 요령이거든요.]
[진홍철/서울 신내동 : 요령도 필요하지만 내 말은 여기 있는 이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한 마리씩은 잡는다' 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거죠.]

수중 카메라엔 송어가 거의 포착되지 않고, 물은 한눈에 봐도 깨끗해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빙판 바이크 등 부대시설에선 헬멧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송어 낚시 축제는 20여 개.

주말마다 수 만 명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주말 내내 곳곳에서 펼쳐진 얼음낚시 축제 현장. 어떠셨습니까?

축제는 모두가 즐기기 위한 것인데 정작 즐거움보다는 불쾌감만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온 가족이 이런 축제에 낚여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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