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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전 '마지막 작품'으로 칸 초청받은 20대 감독…"각질은 내 이야기"

입력 2022-05-26 15:51 수정 2022-05-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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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출근해야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어요"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칸 영화제 단편영화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27살 감독은 아르바이트를 가던 중이었습니다.

'헌트'부터 '헤어질 결심''브로커' 그리고 '다음 소희'까지 연일 K-영화로 들썩이고 있는 칸 영화제에 K-애니메이션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수진 감독의 대학교 졸업작품 '각질'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단편영화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입니다. 경쟁 부문 9편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기도 합니다.

'각질'은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 인식하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고통받는 주인공의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 6분짜리 애니메이션입니다. 문 감독은 '각질'이 "완전히 내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문 감독과의 일문일답.

Q. '각질'에 감독 개인의 경험이 반영됐나
"각질은 완전히 제 이야기를 담아낸 거예요. 저는 사람들이 절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사회적인 나'를 만들어냈거든요. 그 간극이 벌어지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를 과연 진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기 위해 작업했던 것 같아요."

Q. 칸에 초청 받았을 때 느낌은
"이 이야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아 이게 내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니구나' 느꼈어요. '사람들은 비슷하구나, 디테일이 다를 뿐 성장하는 과정은 느리든 빠르든 겪는 것이구나, 내가 덜떨어진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초청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상황은
"아르바이트 나가기 전에 배급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감독님, 칸 됐대요'라고 해서 '네? 칸이요?'라 했던 기억이 나요. 일단은 출근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하고 끊었어요."

Q. '화장실'에서 이뤄지는 장면이 많은 이유는
"화장실은 주인공의 페르소나 안이에요. 내면을 공간화한 이미지인 거죠. 장마철엔 약간 꿉꿉하고 하수구 냄새도 나는 공간인데, 가죽을 입은 주인공이 느끼는 찝찝함이나 압박감 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Q. '각질'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주인공이 거울 속에 있는 페르소나의 손을 잡는 되게 짧은 장면이 있어요. 자기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외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압박, 히스테릭한 내몰림을 느꼈거든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Q. 작업 기간이 얼마나 됐나
"3년 정도 했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한 게 1년, 그림 그리고 편집하는 제작 기간이 2년이요. 지금까지 공부해온 애니메이션으로 내 이야기를 할 기회는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한 이유는
"'독립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 보니까 이걸 마지막으로 하고 취직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스튜디오에 취직해도 여럿이 작품은 하겠지만, 기획부터 끝까지 제 얘기를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아마 죽을 때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 하고는 싶은데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런데 또 하겠죠."

Q. 감독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장편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일단은 재정비하면서 다음 작업에 들어갈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생각이 들거나 감정을 느끼면 잘 배출을 못 하거든요. 이 감정이 뭔지를 알아야 되는데, 그때 작업을 하면 생산적인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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