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회삿돈을 빼돌린 시점에 이씨는 또 다른 상장사의 주식을 한꺼번에 천 4백 억 원어치 넘게 샀다가 팔았습니다. 이 때문에 '슈퍼 개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이씨의 투자 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시까지 됐는데, 회사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새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이씨는 한 반도체 관련 회사 주식을 한 번에 1430억원 어치 사들였습니다.
7.62%의 지분율로 주요 주주가 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엔 이씨 실명과 주소지가 경기도 파주라는 것까지 공시됐습니다.
공시 기준인 5%를 훌쩍 넘겼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선 '파주 슈퍼개미'라는 별칭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주식을 산 뒤 한두달에 걸쳐 갑자기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습니다.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서 300억원 넘는 손실을 봤습니다.
이렇게 이씨가 실명으로 1400억원대 투자를 한 걸 회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횡령 사실을 안 뒤에야 회삿돈을 빼돌려 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 씨가 주식을 사들인 시점이 횡령 시점과 일치하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마비된 내부 통제 기능에 피해를 입게 된 건 기약 없이 돈이 묶여버린 소액주주들입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 투명성은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 도덕적 해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거래소는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유지가 적절한지 따지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