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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정국'에 갈라진 정치권…'공과' 두고 논란 과열

입력 2020-07-13 18:38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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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그리고 또 하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국이 두 쪽으로 나뉘었습니다. 6.25 전쟁 영웅,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아온 백선엽 장군입니다. 백 장군은 관련법에 따라 현충원 안장이 결정됐고, 장군 묘역이 만장된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이틀 뒤 안장될 예정입니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현충원 안장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며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소식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6·25전쟁 중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한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인천상륙작전 당시 가장 먼저 평양으로 진격했던 인물, 그 공로를 인정받아 서른둘의 나이에 육군 참모총장에 임명, 서른셋에는 국군 최초의 4성 장군에 오른 인물입니다.

[권혁신/대한민국 육군협회 사무총장 (출처 :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북한 공산집단의 불법 남침으로 자칫하면 나라를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해 있던 대한민국을 구해내신 구국의 영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면 일제시대 일본이 만주 지역의 광복군을 토벌하기 위해 창설한 간도특설대, 바로 이곳에서 1943년부터 3년 간 장교로 복무한 인물, 2009년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판단한 인물입니다.

[김원웅/광복회 회장 (출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그 시라카와 요시노리다. 내 창씨개명을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해야지 그래서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을 한 분…]

지난 10일 별세한 백선엽 장군입니다. 들으신 것처럼 한 쪽에선 구국의 영웅으로 꼽히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죠. '공과(功過)'가 뚜렷한, 그래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明暗)'을 또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태극무공훈장 등을 받은 백 장군은 국립묘지법에 따라 현충원 안장이 결정됐습니다.

국립현충원은 두 곳이 있죠. 서울 동작구에 있는 서울현충원과 대전 유성구의 대전현충원.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대전현충원은 보훈처가 관할하지만 지위상 차이는 없습니다. 서울현충원에 자리가 부족해서 1985년 대전현충원이 설립이 된 것이죠. 특히나 355명의 장성들이 안장된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은 이미 1996년에 다 찼습니다. 이후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안장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2013년 별세한 채명신 장군이 예외였죠.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8평짜리 장군 묘역이 아니라, 1평 남짓 되는 사병들의 묘역과 나란히 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고 채명신 장군 유가족 (2013년 11월 28일) : 저희 아버님은 여러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여러분의 사랑들 속에서 영광스러운 한 일생을 보내셨고, 명예도 필요하지 않으셨으며 권력과 권세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한 인생을 멋있게 하나의 군인으로서 살아가시고 또 멋있게 가셨습니다.]

서울현충원에 장군 묘역이 없다는 건 백선엽 장군 본인도 가족들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가족들에게 "내 묏자리는 대전현충원으로 결정했다"는 뜻을 밝혔고 국방부도 보훈처와 유가족 간의 협의를 통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백 장군의 장남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송갑석/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어제) : 상주이신 백남혁 장남께서는 이미 작년 재작년 고인께서 건강하시던 시절에 대전현충원으로 가기로 가족들 간에는 이미 사전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라고 하는 말씀을 하셨고요. 대전이든 서울이든 다 같은 대한민국이고 대전현충원이든 서울현충원이든 모두 국립현충원이다, 라고 하는 말씀을 다시 한번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통합당이 문제제기에 나섰습니다. 백 장군의 공로를 인정해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 또 6·25 전우 12만명이 동작동에 계시기 때문에 동작동에 모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이 정부에서 대전현충원으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묘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의 경우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신 그런 전례도 있고 하기 때문에 아직 (장례 절차가) 이틀이 남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서울현충원 내 국가원수 묘역이 다 찼지만,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산을 깎아서 만든 자리에 안장됐다는 점을 거론한 건데요. 그러니까 백선엽 장군 또한 대통령의 지시만 있으며 얼마든지 서울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합당의 이같은 요구가 백 장군에 대한 추모와 예우를 왜곡한 정략적인 계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이형석/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미래통합당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전현충원 안장이 마치 고인을 모욕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당과 정부는 백 장군이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북한의 남침에서 조국을 구한 고인의 공로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하고, 또 당대표께서도 조문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을 두고 여야로, 진보 보수로 정국이 나뉘었던 만큼 정부여당 인사들은 일제히 백선엽 장군 빈소를 찾았습니다.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조문을 했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과거 총리 시절 공관에서 고인을 만났던 일화를 전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군대 얘기를 한번 하신 적이 있었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그때만 해도 정정하셨었는데. (네. 올 초에 갑자기 몸이 약화되셔서 그래도 편안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에 참석했던 이 대표는 재차 백선엽 장군의 조문을 다녀온 점을 언급했는데요. 두 사람의 장례를 두고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장례 기간에는 서로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당부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조문 정국'에 갈라진 정치권… '공과' 두고 이념 논란 과열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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