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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계 진출 의향 묻자…"국민 위한 봉사 고민"

입력 2020-10-23 18:28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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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어제(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늘 새벽까지 15시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시작부터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이어갔던 윤 총장은 마칠 때까지 각을 세우면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는데요. 특히나 퇴임 이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야는 오늘도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그야말로 기이한 광경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었음에도 민주당 위원들은 일제히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반대로 국민의힘 위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서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대검찰청 국감은 자정을 넘겨 오늘 1시가 넘어 마쳤는데요. 어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논란이 됐던 건 바로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바로 이 발언이었죠. 검찰청법 등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입니다.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장관에 우위에 있긴 한데요. 여당 의원들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제에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재위임한 것이죠. 정부조직법상 보면은 명확하게 검찰에 관한 사무는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장관과 친구입니까? 부하가 아니면 친구입니까? 상급자입니까? 아니면 대통령과도 친구입니까? 총장? 맞습니까?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다만 장관과 총장의 관계는 무조건 상명하복을 따라야 하는 상하관계라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장관과 마찬가지로 장관급인 검찰총장은 총장은 장관은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죠. 또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미애 장관이 그동안 윤석열 총장을 대한 태도를 보면 윤 총장이 이렇게 반발할 만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1월 9일) : 제가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요,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입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6월 25일) : 저의 지시를 절반을 잘라먹었죠.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해가지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어요.]

어떻게 검찰총장을 이렇게 대할 수 있냐며 추미애 장관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겁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아닌 '사전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여당 의원은 추 장관이 "명을 거역하다"라고 한 게 그렇게 문제 될 일이냐고 했지만, 야당 의원은 민주주의 시대에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문제를 삼은 겁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어제) : '거역'이라는 단어는 신하가 왕의 명령을 거부할 때 '거역'이라는 말을 쓰는 거거든요? 우리가 지금 조선시대입니까? 추미애 장관이 제왕적 법무부 장관이라는 증거가 '거역'이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겁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제가 방금 찾아봤어요. 표준국어사전. '거역'을 제가 읽어드릴게요. '윗사람의 뜻이나 지시 따위를 따르지 않고 거스름' 이렇게 되어 있어요. 자, 이게 왕이, 신하가 왕의 명령을 거스른다는 이 장제원 의원의 '장제원 국어사전'이 이 1인 국어사전이에요. 그건 국어사전이 아니에요.]

김종민 의원, S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거쳐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낸, 나름대로 국어 전문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김종민 의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해가며 어디서 혼자만의 사전(장제원 사전)을 가지고 와서 정치적 공세를 펼치냐, 사전이나 좀 찾아보라고 비판한 건데요. 장제원 의원도 사전을 찾아봤을까요?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어제) :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가서, '명을 거역'의 예문이 나와요. '그는 감히 임금의 명을 거역했다', '제가 어찌 전하의 명을 거역하겠나이까'. '나리 제가 어찌 나리의 명을 거역하겠습니까'. 이거 '장제원 국어사전'이 아니고요,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나온 '명에 거역'에 의한 해석입니다. 그러니까 '장제원 국어사전'이 맞았어요.]

이날 또 여당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건 윤석열 총장의 이러한 모습이었는데요. 위원이 질문을 하는 중간중간 끼어든다거나, 지나치게 장황하게 설명해서 본질을 흐린다거나, 거친 표현을 가감없이 사용한다거나 또는 "제가 검사 26년 한 사람인데 그럼 검사가 아니 자꾸 이렇게…나 참"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국정감사를 받는 여느 증인과는 확연하게 다른 답변도 용납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제 식구 감싸기가 또 수두룩합니다. 보여주시죠. 대표적인 게 도이치 모터스 사건. 다음 한동훈 사건입니다. 허위잔고증명서 사건. 이렇게 검찰권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그건 의원님의 주장이지 전혀 동의할 수가 없고요.]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검찰개혁과 관련이 없는 사건입니까? 총장님이 보시기에는?]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제가 모르는 사건도 많이 있습니다만은, 예를 들면 여기… 아니 이걸 가지고 사건 내용에 대해서 답변할 수 있는, 저에게 기회를 안 주시고 저렇게 일방적으로 하시면, 저는 뭐…허 참.]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그 답변 태도가 뭡니까? 참이 뭡니까?]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태도라뇨.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어이가 없습니까? (네) 본 위원이 질문하는 게?]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그럼 제가, 그 어이가 없는데 그런 말씀 못 드립니까?]

그러다 보니 여당 위원들은 차라리 옷을 벗고 정치를 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국감을 마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끌고 정치에 뛰어드는 정치 행위(김종민)", "정치인을 목표로 두고 발언한 것(신동근)",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치에 개입해 정치를 하고 있다(김남국)"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총장은 내년 7월까지인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는데요. 무엇보다 임명권자의 뜻이 그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민주당에서 '사퇴하라' 이런 얘기가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임명권자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흔들림 없이 제 소임을 다 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임기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윤 총장은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어제) : 그 방법에는 정치도 들어갑니까?]

[윤석열/검찰총장 (어제) : 글쎄, 그건 뭐,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정치를 하지 않겠다"라고 답하지 않자, 여당에선 사실상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정치인으로서는 선배이기도 한 김종민 의원이 이런 조언을 해줍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우리 총장님이 국민의당 의원님들 하고 되게 호흡이 잘 맞으세요. 여러 가지 판단도 비슷하시고. (국민의힘이죠! 국민의당?) 국민의힘당. 국민의힘 사람들이 아직 국정농단에 대해서 반성을 안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분들하고 호흡이 맞고 의견이 같거나 하면 별로 저는 좋은 길이 아니다. 한번 참고로 생각을 해보십시오. (많이 바뀌었어~)]

오히려 이렇게 정치권에서 윤 총장을 두고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 어느 당으로 가라, 가지 마라는 훈수들이 검찰의 중립성을 더 훼손시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거칠었던 윤석열의 15시간…퇴임 후 정치? 질문에 "국민 위한 봉사 고민"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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