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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메르스, 사회적 재난…'누가 코호트를 말하는가?'

입력 2015-06-0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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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코호트'

'동일 집단'을 뜻하는 통계 용어입니다. 당국이 메르스가 발생한 일부병원의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집단', 즉 '코호트'로 묶어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찾아보니 별로 격리도 안 되고 있었습니다마는, 아무튼 '매우 높은 단계의 방역조치'라고 하는군요.

'코호트 격리'란 낯선 용어까지 등장한 상황. 그러나 한 사람의 감염자로 시작된 이 신종 전염병은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이후 속수무책으로 번지는 중입니다.

앞서 1부에서 첫 사망자 아들의 증언을 전해드렸습니다. 주장에 따르면 병원은 환자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어머니가 메르스 의심환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믿겨지지 않는 일입니다.

당국은 병원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자가격리 조치됐던 한 여성은 멀리 지방까지 골프를 치러 다녀왔을 정도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감기를 옮기지 않기 위해 기침도 삼킨다는 어느 나라 사람들의 얘기가 귓전을 울립니다.

숨기고 구멍 내고. 정부가 장담한 격리조치는 그저 말뿐이었다는 것이지요.

다시 떠올리기조차 고통스러운 지난해 봄.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 했지만 많은 이들은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국가개조를 외쳤지만 여전히 무능함을 드러낸 정부. 세월호 문제를 이데올로기 문제로 비화시켜 편을 가르려 했던 사람들. 여기에 편승해 막말을 일삼았던 정치인들. 결국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골든타임마저 날려버린 것이 아닌가…

그럼으로써 지금 사회적 재난이 되어버린 메르스 사태는 어찌 보면 한국사회가 스스로 자초했거나, 아니면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또한 지금 2015년의 6월에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청와대는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했지만 결론은 원론적이었습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같은 편인 여당과 국회법 개정문제를 놓고 더 신경전을 펼쳤지요. 그 통에 여당 내에서도 자중지란입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겨우 모여서 보여준 모습이 또 그 알량하게 남은 기득권 싸움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데 정치권은 기득권을 가운데에 두고 내전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역시 똑같은 동일집단으로 묶어 '코호트 격리' 치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책임. 떠넘기기. 무사안일. 사회적 질병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이 '코호트 격리' 시켜 치료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입니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

정부의 지시와 엄포가 있었지만 정작 불신으로 인해 스스로 '코호트 격리'된 정부의 외침에 시민들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참으로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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