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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명예훼손' 가토 전 산케이 지국장 '무죄'…언론 자유에 무게

입력 2015-12-17 17:03 수정 2015-12-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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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명예훼손' 가토 전 산케이 지국장 '무죄'…언론 자유에 무게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사생활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49)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외국 언론인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법원은 가토 전 지국장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사생활 의혹을 보도했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은 아닌 만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거는 한편,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며 "소문의 내용과 표현 방법은 부적절하지만 공적인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에 해당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외신 기자로 국내 기자만큼의 주의 의무를 기울일 수 없겠지만 사실을 확인할 의무 자체가 면제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가토 전 지국장이 확인했다는 자료 및 관계자 진술 등에 따르면 소문을 진실로 믿을 만하다고 보기 어려워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일본은 최인접 국가로 깊은 경제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고 세월호 침몰 소식은 일본 국민들의 공적인 관심사안에 해당한다"며 "가토 전 지국장은 일본 언론사의 외신 기자로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관심사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사를 작성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소문의 내용을 제3자의 말과 칼럼을 인용해 추측할 뿐 사실을 단정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정부와 국가기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인정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필수인 언론 자유를 중시해야 함은 분명하다"며 "부적절한 표현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당 기사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이지만 외국 언론의 자유를 차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일본 국민을 위한 공익 목적에서 작성된 측면에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해 4월16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같은해 8월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가량 파악되지 않은 것과 관련, 증권가 관계자 및 정계 소식통 등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정윤회 전 보좌관과 모처에서 함께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해 박 대통령과 정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사회·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은 보도한 내용이 모두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며 "산케이신문이 청와대로부터 출입 제재 조치를 받게 되자 영향력이 큰 언론 매체에서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을 통해 보복성 보도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토 전 지국장 측 변호인은 "박 대통령 등에 대한 소문의 존재만 언급했을 뿐이며 그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허위에 대한 인식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어 "이미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많이 보도됐다"며 "해당 보도는 특정 사안에 대해 본인 생각을 함께 전달하는 칼럼 형식의 기사"라고 반박했다.

한편, 당초 선고 기일은 지난달 26일 예정돼 있었으나 재판부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증거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신중히 검토한다"며 한차례 기일을 연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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