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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철거현장 가보니 성난 주민들…"발가벗겨진 기분"

입력 2015-02-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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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철거현장 가보니 성난 주민들…"발가벗겨진 기분"


구룡마을 철거현장 가보니 성난 주민들…"발가벗겨진 기분"


순식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6일 행정대집행으로 격렬하게 대치했던 서울 강남의 끝자락에 위치한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이날 오전 마을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쉼터였던 마을회관은 찢겨진 철재 구조물들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을회관 건물로 사용하던 농수산물센터는 뼈대를 들어낸 지붕 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건물 벽면의 얇은 철제 대부분 잘려나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구룡마을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법원의 중지 명령으로 3시간 만에 잠정 중단됐다지만 공장이나 창고 등 조립식 건물에 주로 사용되던 일명 '샌드위치 패널'은 굴삭기가 움직일 때마다 순식간에 뭉텅뭉텅 잘려나갔다.

이날의 상흔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닥에는 날카롭게 깨진 유리창과 주인 잃은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바닥 곳곳에 흩어진 흙먼지와 뒤엉켜 어지럽게 널려있는 잔해들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오전 철거 당시 마을 주민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누워 막아섰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용역업체 직원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마을회관을 바라보며 서성거리던 주민들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슬픔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철거를 강행한 강남구청을 맹비난하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주민 김모(48·여)씨는 "추운 겨울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다"며 "강남구청은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박모(43)씨는 "없이 사는 것도 서러운데 마을의 상징인 회관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며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짐짝 취급하는 대한민국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김원심(67·여) 주민자치회 부회장도 "구룡마을 주민들이 무엇을 그리 잘 못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2009년 자진철거 이후 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자치회관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판자촌 주민들의 쉼터이자 보금자리를 흉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 과연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의 골은 양쪽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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