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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밝힌 동생의 죽음…"하늘선 편히 걷길"

입력 2021-09-20 19:48 수정 2021-09-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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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79년, 군 복무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용태 일병이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사실이 최근 확인됐습니다. 42년만입니다. 억울한 죽음이 밝혀진 뒤, 처음으로 맞는 추석에 가족은 '새 군화'를 준비했습니다. '잘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당했던 이 일병에게 누나가 주는 선물입니다.

신아람 기자가 같이 다녀왔습니다.

[기자]

68살 이춘자 씨는 추석을 앞두고 군화 한 켤레를 샀습니다.

동생인 고 이용태 일병에게 인사하러 가기 위해섭니다.

군화를 품에 안고 찾은 곳은 경기 고양시의 한 언덕입니다.

1979년 5월 19일 동생의 시신이 화장되자마자 뿌려진 곳입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아버지가 (군 감시를 피해) 유해 두 줌을 쥐어서 양복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여기(나무 밑)에다 숨겼지.]

차례를 지내고 군화도 선물했습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저세상에서) 시간 측정 없이 이 신발 신고 걷고 싶은 대로 그냥 천천히 천천히 다니다가 바람 쐬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이곳의 흙이 현충원에 안장돼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일병이 평발이어서 잘 못 걷는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당했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고 결론냈습니다.

단순 자살이라는 결정이 42년 만에 바뀐 겁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이 일병을 순직 처리했습니다.

이 일병의 누나는 억울한 죽음을 증언해 준 당시 동료 부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와서 진술을 안 해줬으면 지역대장 말대로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가) 변심해서 (극단적 선택)했다고 또 죽일 뻔한 것 있지.]

하지만, 허탈한 마음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진상위는 이 일병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지만 보상과 예우는 여전히 '극단적 선택'에 방점을 찍어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춘자/고 이용태 일병 누나 : '순직 3급 줬는데 저 할머니 왜 그래'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거든요.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 43년째 이렇게 했는데 또 자살이잖아요.]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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