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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입력 2020-01-20 09:01 수정 2020-06-05 10:5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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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

지난해 1~3분기동안 우리나라의 전력 발전에서 석탄이 차지한 비중은 40.2%를 차지했습니다. 4분기엔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 발전기의 가동을 멈추거나 출력을 제한하는 만큼, 2019년 1~4분기 전체에서 석탄 비중이 4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석탄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들었고, 가스 발전량 역시 9.1%나 줄었습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3% 늘었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폭 늘긴 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해보면 여전히 석탄 발전량의 16.7%, 가스 발전량의 27.1%에 불과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장기 청정기술 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에너지 추진계획이 마련된 게 지난 2004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원년'으로부터 이제 1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미래 성장동력' 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해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원년' 선포를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재생에너지는 '미래의 일'로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남들도 그러느냐… 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만 이러고 있다는 겁니다. 발전 비중을 '과거 에너지'에서 '현재 또는 미래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우리는 '에너지 전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스텝이 꼬인 것은 정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관련 업체에도, 시민사회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역설적인 모습을 보곤 합니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는 쪽도 환경단체, 반대하는 쪽도 환경단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지금의 수목을 베어가며 세우는 바람개비가, 태양광 패널이 무슨 소용이냐"는 의견도, 또 "기존 주민들이 누리던 자연환경을 결코 망칠 수 없다"는 의견도 모두 환경단체의 입장이기 때문이죠.

에너지 전환 문제는 이렇게 짧게 다루기 어렵습니다만 몇 가지 오해들은 오늘 설명서에서 풀어보려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사진: 에너지전환포럼)

태양광 패널에 대한 가장 큰 반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보기 흉하다'는 겁니다. 빽빽이 들어선 패널이 흉물스럽다는 거죠. 위의 사진을 보면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될 법 합니다.

이 사진은 에너지전환포럼의 양이원영 사무처장이 이 편견을 깨기 위해 예로 든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햇빛을 반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비닐하우스입니다. 태양광 패널이 아니고요. 태양광 패널과 비닐하우스는 사실 분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가 비닐하우스에도 이렇게 미관의 이유를 들어가며 반대한 일이 있을까요?

태양광 패널로 인해 눈부심이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새만금 지역에 태양광 단지가 조성되는 것과 관련해 "군산 비행장의 미군 조종사들이 반사광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우리에게만 '먼 미래'…재생에너지 (자료: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태양광 패널은 말 그대로 빛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때문에 빛을 그대로 내보내면 안 됩니다. 빛이 반사된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이 낮다는 뜻인 이유입니다. 때문에 태양광 패널의 반사율은 5.1%에 불과합니다. 흰색 페인트를 칠한 벽(70~90%)의 10분의 1보다도 적은 수준이고, 붉은 벽돌(10~20%)보다도 더 적게 빛을 반사합니다.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 땅을 오염시킨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 반대 이유입니다. 이 역시 큰 오해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패널의 주 재료는 실리콘입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업체에서 카드뮴 소재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재는 실리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모듈에 쓰이는 중금속은 각종 회로기판에 사용된 '납땜'에 쓰인 납이 전부입니다.

아시다시피 납땜은 대부분의 전자기기 회로기판에도 쓰이죠. 기술산업처럼(최근엔 교과 명칭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납땜을 하기도 했고요. 그 납땜 때문에 '태양광=중금속' 등식이 만들어졌다면, 당장 집 안에 오디오나 텔레비전, 전자렌지 등도 내다 버려야 할 판입니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한 목소리'를 지나치게 강요할 필요는 더더욱 없고요.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서로가 갈등을 빚는 일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해외의 경우,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EB(European Environmental Bureau)는 유럽의 140여 환경시민단체가 모인 연합체입니다. EEB의 마우로 아나스타시오 미디어 담당관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습니다. "거의 모든 EU역내 시민들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다. 그로 인해 반대 의견은 거의 없었다.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가 여전히 '먼 미래'로 여겨지는 데에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도 한 몫 합니다. '여기가 사시사철 뙤약볕 내리쬐는 아프리카 사막 한복판도 아니고', '그럴 땅이 있으면 건물을 더 짓지', '그거 우리나라엔 맞지 않는 일이야'라는 생각들 말이죠.

정말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에너지일까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성호 수석연구원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전한 설명으로 그 답을 갈음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나라는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에는 국토 면적의 약 3%만 이용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앞선 일본과 비교해보면, 햇볕의 양이나 바람의 질은 일본보다 좋은 편이라고 하고요. "쌀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 농사와 바람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발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가 채 자리 잡지도 못한 가운데, 정부는 또 다른 화두를 세상에 던졌습니다. 바로 '수소경제'입니다.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물질"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구호와 함께, 수소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수소는 공기 중에도 존재하는 만큼, 흔하디흔한 물질 같죠. 그러다보니 무한한 에너지원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답은 다음 주 취재설명서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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