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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로 안전사고' 반복에도…농어촌공사-지자체 팔짱만

입력 2018-06-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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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껌껌한 시골 밤길을 가다보면 농수로가 잘 보이지 않아서 사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농어촌 공사가 안전시설을 만드는 것을 미루는 사이에 피해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50대 남성 윤모 씨가 집 근처 농수로에 빠진 것은 지난달 18일 밤 11시쯤입니다.

[윤도영/유가족 : CCTV가 있잖아요. (동생이) 일어나서 이제 거기 그 빠진 데 그 턱, 거기 서 있는 게 딱 보였어요.]

당시 윤 씨는 농수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다음날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가 일어났던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이쪽으로 내려와서 보면요, 농수로 바닥에서부터 지면까지는 1m 20cm 차이가 납니다.

성인 남성이 앞으로 넘어지면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요.

또 당시에는 농수로에 물이 가득 차 있었는데, 경찰은 피해자의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사인은 익사로 보는 게 맞아요?) 그렇게 나왔을 거예요. 익사로.]

그런데 윤 씨가 사망하기 석 달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 도로를 살짝 벗어난 승용차가 그대로 농수로에 빠졌습니다.

이 사고로 운전자를 포함한 2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주민들은 당시 가드레일 설치 등 곧바로 안전 조치를 했다면 이번 사망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우택/경기 파주시 문산읍 : 그게 20년 전부터 만약에 했다면 이런 사고도 안 났죠. 그러니까 한꺼번에는 안 되더라도, 조금씩이라도 해줬으면 이런 건 예방이 됐죠.]

버스정류장 인근 농수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도로와 농수로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것도 문제점인데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자동차 사고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버스도 빠지지. 뭐 큰 차, 작은 차 다 빠지지. 굴러가지고서 병원에 입원하고 그랬었어. 벌써 한 3년 되나?]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농수로 주변에는 가드레일은 커녕 추락에 주의하라는 경고 표시도 없습니다.

주민들은 농수로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안전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민원 아무리 들어가면 뭐하냐고 안 해주는데. 농어촌공사에서 안 해주는데. 소용없어.]

다른 지역에서도 농수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84살 신모 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신이 몰던 경운기가 60cm 깊이의 농수로에 빠진 것입니다.

잇따르는 농수로 사고에도 농어촌공사 측은 관련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자체에 책임을 넘깁니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고양지사 관계자 : 저희는 예산을 받아서 처리하는 기관인데 국가에서 '이게 돈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하냐' 그러죠. 버스정류장을 만드시는 분들이 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2015년 5월 경기도 파주에서 80대 여성이 농수로에 빠져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철조망이나 표지판을 설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며 농어촌공사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윤도영/유가족 : 국민이 자꾸 그런 재해를 당하고 죽음에 이르는데, 그 누군가는 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특히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그런 일인데.]

유족과 주민 반발이 커지자 파주시청이 사고가 난 버스정류장 양 옆에 펜스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 : 거기 같은 경우는 사실상 농어촌공사에서 안전시설을 해야 하는 거고. 우리가 설치한 거는 일단은 인명피해가 발생이 됐으니까…]

지자체와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교통사고와 인명피해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안전설비를 위해서는 얼마나 더 큰 희생이 따라야 할까요.

(취재지원 : 김환·김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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