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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워런 버핏은 천사일까…'

입력 2017-07-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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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다음 달부터 낼 건보료는 0원"

지난 2014년. 퇴임을 일주일 앞둔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세상에 충격을 주었던 시절. 먹고살 길조차 막막했던 그들에게 부과된 건강보험료가 매달 5만원이었던 반면에 수천만 원의 연금소득과 몇억 원의 재산을 가진 자신이 퇴임을 하게 되면. 건강보험료는 0원이 된다는…

건강보험공단 수장이었던 그가 뼈아프게 지적한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이었습니다.

가진 사람은 더 많이. 덜 가진 자는 적게.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였지만 현실에선 그 당연함이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늘 접하는 뉴스들은 대규모의 탈세 의혹, 기상천외한 편법증여의 방식과 서민에겐 가차없지만 대기업에는 주어진다는 대규모 감세 혜택들이었으니까요.

지난 2011년 워런 버핏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지도자들은 희생분담을 요구하면서도 나를 빼놓았다. 빈곤층과 중산층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메가리치)를 위해 싸우고 대다수 사람들이 수입과 지출을 맞추려 분투하는 동안 우리 메가리치(즉, 거대부자)는 특별한 세금혜택을 누렸다"

그러면서 그가 한 말은 불합리한 세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우리가(거대부자들이) 멸종위기종이라도 되는 양 보호하려 안간힘을 쓴다"

당시 미국 부자 서열 2위였던 버핏은 거대부자가 세금을 더 내는 이른바 '버핏세' 의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수퍼리치들의 요구는 독일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이어졌지요.

질 좋은 일자리의 확대와 넓고 고른 복지를 위해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문제는 그 모자란 세금을 어디에서 가져와야 하느냐일 것입니다.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준 지난 9년간. 기업은 성장의 과실만 챙겼을 뿐 서민은 빚으로 허덕이는 풍요 속 빈곤의 세상…

누군가는 알바비 떼여도 참는 것이 '공동체 의식'이라 하는데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고작 약자가 고통을 감수해야 유지되는 세상이었던가…

송파 세 모녀의 보험료는 5만원. 나의 보험료는 0원.

워런 버핏은 천사여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했을까…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극단적 양극화가 가져올 공동체의 파괴는 결국 기업가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우려 때문이었겠지요. 즉, 부자들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부를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버핏이 정부가 대신 걱정해주고 있다고 일갈한 수퍼부자들의 멸종은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 스스로가 욕심을 버려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버핏은 알았는데 우리는 모르는 것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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