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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인물 만나보니…막무가내식 '문화 검열'

입력 2016-12-27 21:18 수정 2017-01-10 15:43

'무대 뒤 검은 손' 작년 9월 보도 이후…
문체부 공무원들이 '작품포기' 종용
심사위원에게 '특정인 배제' 종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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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검은 손' 작년 9월 보도 이후…
문체부 공무원들이 '작품포기' 종용
심사위원에게 '특정인 배제' 종용하기도

[앵커]

"굉장히 허접스럽게 A4 용지에다 몇백 명 정도 이름을 적어왔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증언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시작입니다. 시기는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6월인데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명단을 작성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는 지시가 문체부로 내려왔다는 겁니다. 명단은 점차 확대돼서 나중엔 만 명 가까이 됐다는데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어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오늘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을 불러 조사를 벌였습니다. 특검팀은 또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단의 일부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뉴스룸에선 지난해 9월 이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그래서 대한민국 연극대상까지 받은 연출가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해 드렸는데요.

해당 기사 보기 ☞ [단독 | 탐사플러스] 지원자에 작품포기 종용…순수예술 '정치검열' 의혹

그 당시에는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덜 끌었는지 모르겠는데 상황이 여기까지 오니까 당시에 그 기사가 다시 한번 눈길을 끌게 됐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도한 강신후 기자와 좀 더 짚어 보겠습니다.

강 기자, 당시 압력에 의해 작품을 포기해야 했던 예술인들을 많이 만나봤죠?

[기자]

지난해 9월 취재한 연극 연출자 박근형씨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에 지원해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는데요.

선정 직후 담당 공무원들이 찾아와 압력을 넣었고, 결국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박근형/연출가 : 청와대에서 하는 거예요. 그 직원들이 저한테 다 이야기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불쌍해요. 공무원들. 문화예술 공무원들.]

당시 선정됐던 작품이 문제가 된 게 아니고 그 전에 박 씨가 연출했던 작품 '개구리'가 문제가 됐습니다. 여기에 '수첩공주'와 '시험커닝'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빗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앵커]

제 기억에도 작년에 강신후 기자와 함께 몇 차례 걸쳐서 집중 보도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와 닿는 기사였을 텐데 그 당시에는 사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얘기조차 많이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많은 분들이 혹시 관심을 금방 두지 않게 된지는 모르겠는데 오늘 다시 얘기를 들으니까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문제의 블랙리스트가 2014년부터 2015년 초에 걸쳐 만들어졌다면, 당장 그해부터 현장에서 적용됐다고 봐야 되나요?

[기자]

박근형 씨가 지원했던 사업은 바로 2015년 봄에 진행됐습니다. 시기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때 당시에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직원들에게 '상부 지시사항'이란 문건을 하달합니다. 저희가 보도를 했었는데요. 주 내용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예술인들과 작품들을 미리 파악을 하라는 겁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으로 나오는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앵커]

쓰는 용어 자체가 생경하기도 합니다. 좌파에 투쟁적으로 대응한다, 이런 표현자체가. 블랙리스트가 적용된 게 연극계뿐만 아니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에 문화예술위원회 심사위원의 폭로 내용도 잇따랐는데요. 그 내용도 들어보시지요?

[문화예술위원회 심사위원 : 문화관광부 그리고 내부적으로 그 위에서부터 이미 기본적인 어떤 것들이 전해져 내려온대요. 그런 일들이 지금 연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심사위원들까지 이런 압박을 받을 정도면 문제가 심각했던 것 같은데요. 모든 예술 분야 심사를 하던 심사위원들이 당시 영화,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랙리스트가 현장에서 적용된 거로 파악했습니다.

[앵커]

그때 이미 상당 부분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건데… 당시 JTBC보도 이후 많은 예술단체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검열이 투박하다고 성명을 냈고, 선정위원들까지 항의하는 사태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 검열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막무가내식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예술인이 선정이 되면 다른 선정자들까지 지원금을 못 받게 석달이 넘도록 지원을 중단하고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체부 공무원들은 선정위원들에게 "이 특정인 때문에 이 사업을 중단해야 된다"고 노골적으로 발언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보수 성향의 심사위원들조차 "이건 아니다"며 취재기자에게 블랙리스트에 따른 정부의 문화검열 행태를 맹비난하기도했습니다.

문체부가 지원은 하되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에게 개입만 하고 지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런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응축이 되어서 요즘 블랙리스트 파문으로까지 터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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