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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올 김용옥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실험'…바둑 아니다"

입력 2016-03-15 21:46 수정 2016-03-15 22:27

"알파고는 프로그램일 뿐…'지능'이 아니다"
"이세돌-알파고 게임은 불공정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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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프로그램일 뿐…'지능'이 아니다"
"이세돌-알파고 게임은 불공정 게임"

[앵커]

제가 이미 잠깐 말씀은 드렸는데 이번 대국에 대해서 저희가 지난번에 뇌과학자 그러니까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와 잠깐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었죠. 오늘(15일)은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한 분을 모셨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잠깐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전화로 잠깐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직접 나오셨습니다.

[도올 김용옥 : 중요한 사태니까. 이것은 단순히 바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서 저는 우리 국민들이 상당히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앵커]

그건 틀림없습니다.

[도올 김용옥 : 예를 들면 인간의 가능성이 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건지, 기계와 문명의 관계가 뭔지 이세돌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가 그런데 결국 이것은 문명과 문화의 대결이다 이런 말씀을 주셨는데 문명이라는 게 아마 그게 기계 문명을 말하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양자의 어떠한 관계 설정에 있어서 상당히 철학자로서는 중요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근세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데카르트라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이 인간 자체를 오토마토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뒤로 그런 이론을, 그런 심신이 원론적인 인간관이라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으로 이렇게 판정이 났고 그동안 그 인간이 수없는 기계를 만들어서 사실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들을 예를 들면 우리가 비행기를 만든다든가 모든 게 지금 사실은 알파고 못지않은 어떠한 기계문명의 발전으로 우리 근세 문명이 이렇게 진행돼 왔는데.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은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전한다고 그래서 인간이 인간다움을 상실하는 방향으로 문명이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왜 지금 이 문제에 가서 우리가 답답함을 느꼈냐면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말에 속임수 때문에 그래요. 마치 우리의 머릿속의 지능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박철민 군이 나한테 선생님을 대신할 수 있는 더 좋은 강의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그랬는데. 저는 어떤 경우에도 알파고는 지능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일 뿐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바둑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신비화시켜왔다는 거죠. 너무 무한하다. 수가 무한하다고 그러는데 바둑의 자리는 유한합니다. 마치 우리 동양철학에서 주역이라고 하는 게 64개로 돼 있듯이.]

[앵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바둑에 있어서 경우의 수가 무한한 것은 아니고 넓기는 하고 많기는 하지만 결국은 그것은 유한한 것이고 기계는 그것을 터득할 수 있다?

[도올 김용옥 : 유한하다고 할 적에 기계는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계산능력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이거는 사실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자체가 우선 잘못된 것이 이건 완전한 불공정 게임이라는 거예요.]

[앵커]

그런 평가도 나오기는 했었습니다.

[도올 김용옥 : 그러니까 우리가 체육경기를 하든 50kg짜리면 50kg 같은 체급에서 하지 전혀 다른 체급에서 하지는 않잖아요.]

[앵커]

그러면 그에 대한 반론도 많이 나왔었는데 그거 다 감안하고.

[도올 김용옥 : 감안하고. 바둑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인간이 둘 적에만 바둑이지. 지금 이건 우리가 바둑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건 일종의 특수한 실험이고.]

[앵커]

서로 기와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게임은 바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가 되는데.

[도올 김용옥 : 유한한 무리수 속에서 이것을 기계의 연산능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단순히 우리가 계산기 하나에도 우리가 못 따라가는 거 아닙니까?]

[앵커]

알겠습니다.

[도올 김용옥 : 모든 것이 기계가 그 우세를 가질 수 있는 여러 정보의 종합능력이라든가 이런 것은 그 우세를 가질 수 있는 그 조건 하에서도 이세돌은 그 기계의 패턴을 파악을 했고 한 번 이겼단 말이죠. 이건 무슨 얘기냐면 이세돌이 처음에 시작할 적에 내가 한 번이라도 지면 진거다.]

[앵커]

그 얘기는 했습니다.

[도올 김용옥 : 했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이걸 볼 적에 한 번이라도 이겼으면 이건 완전히 이긴 거예요.]

[앵커]

거꾸로 받아들이시는구나. 알겠습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지난번에 정재승 교수가 나와서 누가 이기든 가장 이득을 본 승리자는 구글이다. 그런데 여기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가 이긴 것이다라고 했는데 엄연히 차이가 있고 거기서 도올 선생의 표현 중에 제가 한 가지 눈에 익은 것이 정보제국주의를 말씀하셨는데 그것과 같은 맥입니까?

[도올 김용옥 : 구글이 이것을 기획한 것 자체가 인공지능을 팔아먹기 위한 하나의 상업적인 목적이 가장…]

[앵커]

없다고 볼 수는 없죠.

[도올 김용옥 : 중심이죠. 그래 가지고 인공지능을 선전하기 위한 건데 결국은 인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여태까지 인간의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문명을 쌓아올린 그 근본 취지가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지 우리 삶을 기계에 헌납하기 위해서 한 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나 구글 회장이나 이런 사람들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의 인민들을 자기의 지배영역 하에 획일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한단 말이에요. 그러한 우리가 제국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정보제국주의적 발상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인간의 부분을, 인간의 인간다움을 이것으로 해서 우리는 상실할 수 없다고 하는 그 새로운 각성을 해야죠.]

[앵커]

그럼에도 그러한 각성을 했다라는 차원에서는 이번 대국이 상당부분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으십니까?

[도올 김용옥 : 그러니까 앞으로 이것으로 해서 바둑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이걸로 연습대상으로 삼아서 많은 사람들이 바둑이라는 게 어떤 일정한 인간의 패턴 속에서 움직였던 건데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바둑을 둘 수 있는 어떤 다양한 경지를 개발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그런데 저는 이번 이 대국에서 가장 평가를 한 측면이 이세돌은 우리 민족의 한 평화의 상징이었다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지금 남북대결로 선거판에 지금 휘몰아가느라고 그저 군사훈련 하고 이러고 있을 때 우리 민족에게 진지한 고민을 생각하게 만들어줬고 그거를 이세돌은 어떠한 절대적인 위압감이 있는 그 대상 앞에서 기계가 인간을 압박하러 오는데 그거를 앉아서 고민하면서 평화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걸 뚫고 가려고 했던 그 노력이 나는 우리 정치의 모습이 돼야 되지 않을까. 남북한의 대결도 그러한 이세돌이가 풀어가는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이세돌의 이러한 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그냥 전국가가 전쟁 국면으로 마치 휘몰아갈듯이 이러고 날뛰고 있는 판에 우리 인간, 국민들에게 진정한 인간의 본령이 어디에 있고 이런 것을 가르쳐줬다는 거예요.]

[앵커]

그런 해석은 또 최근에 나오는 여러 가지 해석 중에 도올 선생만이 하실 수 있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

[도올 김용옥 :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내가 한마디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앵커]

짧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도올 김용옥 : 이세돌이 제일 마지막에 다섯번째 다 이게 됐는데. 그거를 마지막에 계산 안 하고 불계패를 던지는 것을 보고 공천 탈락한 정치인들도 깨끗하게 불계패를 던지라….]

[앵커]

알겠습니다.

[도올 김용옥 : 이런 말씀을 하고 싶어요.]

[앵커]

잘 들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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