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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인데…' 말 한마디에 대기업 취업 척척?

입력 2014-10-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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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 청와대 비서관인데', 전화 한 통으로 대기업에 척척 취업한 사기꾼이 사법 당국에 덜미가 잡혔다는 소식입니다.

관련 내용 이주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예, 사건의 주인공은 52살 조모 씨입니다.

지난해 7월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조씨는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해 일자리를 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곧바로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인데, 조모 씨를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조씨가 대우건설을 찾아갔고, 취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허위 학력과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대우건설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추천이라는 말만 믿고 조씨를 현장관리직, 부장급으로 채용했습니다

봉급은 월 500~600만 원 정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데 일이라고 제대로 했겠습니까.

현장지시도 안 따르고, 지휘도 못하는데다 무단결근도 밥먹듯이 하다가 결국 올해 7월 퇴사 처리됐습니다.

[앵커]

정말 황당한 사건인데, 조모 씨가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고요?

[기자]

예, 대우건설 취업 1년 만에 퇴사한 조씨는 '아 요것 봐라' 잘 먹히는데 하면서 이번에는 KT회장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나 이재만 비서관인데' 하면서 전화를 건 뒤 KT 황창규 회장을 찾아 갔습니다.

조씨는 이 자리에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10여년 전부터 도왔고, 비선 조직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한 달에 1~2번 정도는 만나는 사이다"라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번에도 통했습니다.

다만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확인 하면서 조 씨의 사기 행각이 들통 났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법 당국에 붙잡힌 것입니다.

[앵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어르신들은 기억이 나실 텐데요, 57년 전에 대통령의 양자를 사칭했던 '이강석 사건'이 생각나는데 사기 행각을 벌인 조모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저도 '가짜 이강석 사건' 알고 있는데요, 짧게 소개해드리면 1957년도에 강모 씨가 경북 경주경찰서를 찾아가 내가 대통령의 양자 '이강석'이다 라고 하니까 경찰서장이 '귀하신 몸'이라면서 사흘 동안 경주 관광 등 후한 대접을 했다가 들통난 사건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게 참으로 황당합니다.

사기를 치다 붙잡힌 조모 씨는 전북 전주시의 한 교회 장로인데 특별한 직업이 없고 사기 전과만 2범입니다.

이 직전에는 국회의원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대기업, 공공기관에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1억 7,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협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조씨가 이번 청와대 사칭 사기를 벌이면서 재미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각 정부 기관이나 부처마다 관용 휴대전화가 있는데요, 청와대도 직원들이 쓰는 관용 휴대전화가 있습니다.

국번이 공통적으로 특정 숫자로 이뤄져있는데, 예를 들면 국번이 '555'든지 '777'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특정 국번이 있는데 이와 유사한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전화를 건 것입니다.

또 이재만 비서관을 사칭한 것은 교회 봉사활동에 갔다가 "요즘 실세가 이재만이다" 라는 소리를 듣고 이 비서관을 사칭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청와대가 힘이 얼마나 세기에 아직도 전화 한통이면 대기업 취업이 가능할까요?

[기자]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기 행각에 주인공인 된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입니다.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과 함께 함께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리는 3인방 중에 한 명으로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행정관이나 비서관들은 볼멘 소리를 자주 합니다.

제가 청와대 출입했을 때 보면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를까 술도 어디 가서 마음대로 마시지도 못하고 시간도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요.

그래도 살아있는 권력이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앵커]

역대 정권에서도 청와대를 사칭한 범죄는 계속 일어났는데,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이것이 통한다는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행정관, 그러니까 3~5급 정도 직원의 이름만 팔아도 민원 해결을 부탁하며 수억원씩 건넨 사건이 역대 정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문제는 청와대라고 하면 납작 엎드리는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그만큼 우리 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법과 규범이 살아나야 이런 범죄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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