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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긴축정책 불만고조로 극우정당 확산

입력 2012-05-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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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을 자양분삼아 극우정당 열풍이 확산일로에 있다.

진원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유로에 반대하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이다.

국민전선의 급부상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무려 18%의 지지를 얻었다. 마린 르펜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 결선에 올랐던 자신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이다

네덜란드에선 지난달 23일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정부재정 긴축 합의에 반발하면서 내각이 붕괴했다.

6일의 그리스 총선에서는 신(新)나치를 표방하는 극우정당 '황금새벽(Golden Dawn)'이 21석을 확보하면서 원내에 입성했다.

이처럼 유럽에서의 극우정당 부상은 각국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실패, 높은 실업, 저성장과 고통스런 긴축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샘턴대학에 극단주의 및 뉴미디어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매튜 팰드먼 소장은 "유럽의 극우정당은 분명히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우운동이 지나치게 인종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이었던 부정적 이미지에서 지난 수개년간 어느정도 탈피하면서 국민 지지를 조금씩 얻게 된 것도 극우정당 열풍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전선의 르펜 대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가 유로존에서 떠나야 하고, 자국 통화인 프랑화를 부활시켜야 한다면서 EU(유럽연합)로의 정치적 통합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여기에다 르펜의 수사적 발언들은 프랑스와 인근 국가들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反)이민 정서, 반무슬림 정서에 어필한 측면이 적지 않다.

'자유와 관용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도 극우파 입김이 거세진 것은 마찬가지다. 연정의 한 축인 극우 자유당은 지난달 정부 예산안 합의를 끝까지 거부해 마르크 뤼터 총리를 자진 사퇴로 내몰았다.

진보적 이미지를 가진 네덜란드에서 극우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헤이르트 빌더르스(48) 당수는 2005년 유럽 통합 반대와 반(反)이슬람주의를 내건 극우 포퓰리스트 자유당(PVV)을 창당했다.

네덜란드 사회의 여러 문제를 모슬렘 이민과 이를 통제하지 않는 정부 탓으로 돌려 인기몰이에 나섰다. 그는 자신을 '이슬람의 적(敵)'이라 규정하고 이슬람교를 폭력과 증오의 종교라고 공격해왔다.

이슬람 경전 코란을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비유하는가 하면 의회에서 무슬림 이민 금지, 모스크 건설 금지, 이슬람 학교 폐쇄 등을 추진했다. 2008년 이슬람이 테러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담은 영화를 제작했다가 증오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후 인기가 급상승해 2010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24석(전체 의석의 16%)을 얻으며 제3정당으로 떠오르고 연정에도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불황과 높은 실업률, 긴축 재정의 고통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극단주의가 점점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 새벽'은 그리스인과 아리안종의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지대에 지뢰를 깔자는 극단적 제안을 하고 있다.

니코스 미카로리아코스 당수는 "원내 입성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나의 조국과 나의 고향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편 스칸디나비아, 영국, 독일, 동유럽 극우단체들은 지나달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서 회동,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대응책을 논의했었다.

뉴욕과 코넬, 컬럼비아대학에서 가르쳤고,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비아드리나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로 있는 마이클 밍컨버그 교수는 "이민, 법과 질서에 대한 우려감, 상황이 더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는 느낌 등이 유럽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산하 '인종주의와 불관용에 대항하는 유럽위원회(ECRI)'는 지난 4일 연례보고서를 내고 "최근 유럽 각국의 복지 삭감과 일자리 감소가 외국인 이주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폭력과 불관용, 인종주의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극우주의 움직임은 이주자나 타민족으로 인해 유럽적 가치가 훼손되고 테러리즘과 범죄가 만연할 수 있다는 편견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정치권에서 출입국 사증 검사 면제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곈조약을 거슬러 국경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증과 극단주의가 사회 전반에 상당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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