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사망사고 후에도 위험한 노동 강행한 현대중공업

입력 2020-05-26 22:32 수정 2020-05-26 22: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JTBC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지를 닷새 전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숨진 김성인 씨의 사례를 통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어제(25일)는 김씨가 숨지기 전날까지 노동부가 했던 특별감독의 실태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문제점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김성인 씨 사망 이후의 문제입니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구역의 작업을 멈추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그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중공업 선박 내부의 작업 모습입니다.

용접 중 나온 먼지가 사방에 날립니다.

내부는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이 작업 현장에 들어가려면 좁은 입구부터 통과해야 합니다.

[A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밀폐공간이라고 해 놓고 거기에 대해 대처를 하고 작업을 하게끔 해줘야 하는 상황이 맞죠. 유독가스하고 철판하고 먼지부터 해서…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눈도 맵고.]

작업장 입구에도 '질식 위험'과 '밀폐된 구역'임을 알리는 경고장이 붙었습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21일 김성인 씨가 파이프 안에서 숨진 후 현대중공업 내 밀폐공간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해당 작업장의 안전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여러 명이 들어가서 용접 작업을 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산소 포화도 떨어지거든요. 다 질식이 되어요. 관리도 안 되고.]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어제부터 작업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합니다.

질식 위험을 강조하는 경고장들도 떼라고 했단 겁니다.

[A씨/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 이걸 왜 떼냐, 그런 거는 묻지 말고 그냥 작업만 하라고 이야기를 해요.]

노동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나눈 대화에선 "용접물량을 맞추라고 한다", "이러니 사고가 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노조는 어제 사측에 작업중지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노동부에서 작업중지권이 들어오니까 (경고장을) 뗀 거죠. 작업을 진행하려고.]

현대중공업은 "해당 구역은 사고 이전부터 밀폐공간으로 지정하지 않아 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질식 위험 경고장을 떼라고 했단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 특별감독 때 노동자 대화방엔…"점검 왔어요, 피하세요"

[앵커]

뉴스룸은 노동부가 이번 달 특별감독을 하기 직전에 현대중공업이 노동자들을 작업장 밖으로 내보내는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제대로 된 감독이 아니었다는 노동자들의 입장도 전했습니다. 회사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저희 취재진은 지난달 노동부가 안전 점검을 할 때 관리자가 단체 대화방에서 노동자들에게 전달한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여성국 기자입니다.

[기자]

"점검 들어왔습니다. 피하세요", "밖으로 나가든지 박히든지 합시다"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여 명이 있는 단체대화방입니다.

1시간 뒤 "덕분에 지적 없이 대충 끝났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현대중공업 해당 부서의 조직도를 확인해 보니 메시지를 보낸 건 관리자인 팀장이었습니다.

노동부가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현대중공업의 정기 안전 점검을 하던 기간 중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특별감독기간에도 현대중공업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을 내보낸 의혹을 받아 주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작업장별로 한가한 곳이 있을 수 있지만 감독관이 온다고 의도적으로 노동자들을 내보내진 않는다"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회사가 특별감독 당시 이런 일을 인정한 뒤 주의하기로 했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의견과는 다른 해명입니다.

특별감독의 마지막 날 노사정의 평가 자리에서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용우/현대중공업노조 수석 부지부장 : 작업자를 빼내며 근로감독을 방해했고 감독관이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래서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제대로 실시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에 노동부는 감독관 2명을 보내 노사와 함께 기한 없이 안전 점검을 할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

관련기사

노동부 특별감독 직전…현장서 노동자들 숨긴 현대중 "밀폐공간 작업 관리 미흡" 노동부 지적 하루 뒤 또 참변 '3인 1조 지침' 있었지만…동료들도 모른 채 홀로 맞은 죽음 고 김성인 씨 유족 "일한 지 10달 된 하청노동자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