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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눈물 속 은퇴…"이젠 알람 끄고 편히 자고파"

입력 2019-05-16 22:25

깨고 또 깨고…자신이 경쟁자였던 '빙상 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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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고 또 깨고…자신이 경쟁자였던 '빙상 여제'


[앵커]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세계 신기록이 10개월 동안 깨지고 또 깨졌습니다. 이상화 본인이 세운 신기록을 본인 스스로 4번이나 갈아치운 것이지요. 영점 몇 초를 줄이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 얼음을 지쳤을까요? 7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뒤 세계 최강 빙속 여제까지 23년을 얼음 위에서 산 이상화 선수가 오늘(16일) 은퇴했습니다. "이제는 알람을 끄고 편히 자고 싶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뷰장을 들어설 때는 씩씩했던 이상화가 입을 떼기 무섭게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스케이트 선수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해서입니다.]

좀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던, 냉혹한 승부사.

빙속여제도 마지막이라는 말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 새벽 5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운동, 9시부터 12시, 3시 6시, 8시, 9시 이렇게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는데 그런 패턴을 내려놓고 싶어요.]

나이 30, 잘 준비한다면 3년 뒤 베이징 올림픽까지 얼음을 지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은퇴는 뜻밖입니다.

두꺼운 허벅지, 이를 받쳐준 탄탄한 무릎.

이상화의 질주를 이끌어낸 것들이지만 꿋꿋하게 버텨주던 무릎이 문제였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2번이나 따내고, 36초 36, 5년 넘게 깨지지 않는 세계신기록을 만들어준 왼쪽 무릎은 코너를 돌때마다 시속 50km를 넘나드는 속력을 견디면서 밖으로 밀려나지 않게 붙잡아줬습니다.

레이스 내내 가장 낮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한껏 힘을 줬던 무릎은 이제는 닳고 헤져서 물까지 차며 달릴 힘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는 아픈 무릎을 숨기고 끝끝내 달려 아름다운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선수였다? 이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7살에 처음 신은 스케이트를 23년만에 벗은 이상화는 "이제는 더이상 누군가와 경쟁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 잠을 편히 자 보고 싶어요. 알람 끄고 편히 자 보고 싶네요. 정말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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