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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잡무 막으려다 해고 유발…'경비업법' 딜레마

입력 2020-06-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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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관리, 주차관리, 분리수거 어디까지가 경비원들이 해야 하는 일일까요. 정해진 업무 말고 다른 일을 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경비업법을 경찰이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경비 노동자들의 사정이 좀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 어떤 것을 경비원의 업무라고 보시나요?

    [분리수거는 사람들이 해야지. 굳이 경비원이 해야 돼?]
    [청소랑 조경은 따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집에 없을 때 택배 관리해주잖아요.]


새벽부터 나뭇잎을 쓸고, 분리수거를 하는 경비원.

지하 5층이 오늘(29일) 하루의 시작입니다.

주차장을 돌면서 통로에 불법주차된 차는 없는지 살핍니다.

[A씨/경비원 : 4분 간격으로 여기 찍고, 여기 위에 또 4분 있다가 그래야 하는데… (4분 동안 이걸 다 돌아야 돼요? 쉽지 않다.)]

남들은 차로 다니는 주차장을 걸어서 돌아야 합니다.

[A씨/경비원 : 아이고, 아이고. 1분만 쉬었다가요. 아, 힘들어. 더워.]

이른 아침이지만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하루 종일 사무실을 비추는 해를 피하기 위해 노력도 해봅니다.

[B씨/경비원 : 아침나절에서부터 해 뜰 때서부터 햇빛이 들어오거든요. 버리는 거 주워서 (달았어요.) 분리수거 할 때 버리잖아요.]

남은 오전 근무 시간엔 단지를 돌며 나뭇잎을 쓸고, 점심은 초소 안에서 해결합니다.

[C씨/경비원 : 이렇게 물 말아먹고 그러지 뭐, 나가서 사 먹을 수도 없지.]

자리를 오래 비울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화장실도 바로 옆에 만들어놨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이라기보다는 주방 같기도 하고 다용도실 같기도 한데요.

밥솥부터 가스레인지 냄비, 숟가락, 젓가락이 있고, 장화나 우산 같은 것도 같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쪽엔 조리기구도 마련이 되어 있어서 간단히 음식을 해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잘게 나눠 일을 해오면서도 최선을 다했던 경비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게 될 수 있는 걸 알게 된 것은 이번 달 초,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시켜선 안 된다는 현행 경비업법에 따른 경찰청 공문이 내려오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고 최희석 씨 사건 이후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보장 촉구 목소리가 높아진 효과인데, 엉뚱하게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된 겁니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당장 인원을 줄이는 건 중단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D씨/경비원 : 주변 관리나 아파트 관리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근력 정도는 있단 말이에요. 안정된 직장만 보장해주면 더 뭐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런 걸 원하는 거예요.]

실제 인원을 줄인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선 경비노동자 20여 명을 줄였습니다.

주민 투표로 정해진 결과였지만, 주민들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파트 입주민 : 좀 황당했어요. 법 때문에 잘리는 게 당연한, 조항으로 들어가는 게 (법의) 취지랑 너무 안 맞게 이뤄지고 있잖아요?]

경비 업무만 하면 과중한 노동을 막을 수 있을까.

취재진에게 제보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제보자 : 경비업무도 하면서 잡초 제거나 재활용장 분리수거 이런 거 똑같이 하면서 이름만 바꿔 놓은 거예요.]

무슨 말인지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화단에 쪼그려 앉아 풀을 베고,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는 남성들이 보입니다.

사복을 입었는데, 경비원 모자를 썼습니다.

[관리원 : 경비 겸 관리. 아파트 관리 겸하고 있거든요? (그럼 밤에는 저기서 출차, 입차 이렇게 관리하시는?) 네네.]

야간 당직까지 선다는 이 남성, 경비 일을 하는 관리원입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름만 바꿔 채용했습니다.

[관리사무소장 : 사람 잘못 썼으니까 경비업법에 걸린다 그러면 벌금 얼마 이상 몇 년 이하 징역이 있지 않습니까?]

전문가들은 경비업법이 특수경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만큼, 아파트 경비원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파트를 지키는 방범만큼, 관리의 비중도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 경비원들 업무 비중을 조사한 결과, 방범 다음으로 많이 하는 일은 분리수거와 청소였습니다.

jtbc가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방범을 포함해 택배, 주차, 청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비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남기현/서울 제기동 : 그만큼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너무 일용직처럼 대하고 너무 아래 직원 같다는 편견이 강한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들을 노동자로 보호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과 그에 따른 제도 마련이 중요합니다.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정수임·조성혜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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