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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첫 2억명 돌파, 성공 뒤엔 어두운 그림자 '안녕들하십니까'

입력 2013-12-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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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첫 2억명 돌파, 성공 뒤엔 어두운 그림자 '안녕들하십니까'


국내 연간 극장 관객수가 처음으로 2억명대로 접어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한국영화와 외화를 합쳐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1억 9997명이다. 그리고 18일 오전을 기점으로 누적관객수 2억명을 넘어섰다. 국내에 극장이 만들어진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연간 관객수는 1억 9489명. 아직 12월이 2주 가량 남은 상태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연간 극장 매출은 1조 4547억원. 한국영화 점유율은 60%까지 치솟았다. 이미 한국영화 연간 관객수가 1억명을 넘긴건 한달 전의 일이다. 17일까지 연간 한국영화 관객수는 1억 1816만명이다. 지난해 기록이었던 1억146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영화산업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알수 있는 대목.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스태프들의 호소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대기업 배급사들의 독과점 등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정점에 오른 한국영화산업을 조명해보고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한국영화 눈부신 상승세, 중장년 관객까지 크게 늘어

올해 연간 극장 관객수가 최고치까지 오르게 된 데에는 한국영화의 폭발적인 인기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간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에 오른 작품 중 8편이 한국영화다. 1281만명을 모은 '7번방의 선물'이 1위를, 그 뒤를 이어 934만명을 모은 '설국열차'와 913만명을 기록한 '관상'이 2,3위를 차지하고있다. 10위권 안에 5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 8편이 들어간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외화는 900만명을 끌어들이며 4위를 차지한 '아이언맨3', 그리고 523만명으로 10위가 된 '월드워 Z' 등 2편 뿐이다. 그외 20위권 안에도 3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5편이나 진을 치고 있다.

단순히 수치만 두고 평가할 일이 아니다. 콘텐트의 완성도 향상과 다양성 확보로 관객의 신뢰를 얻었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다. 앞서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했던 2006년에는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면 질적으로 떨어지는 아류작들을 쏟아내 충무로 전체를 욕되게 만들고 결국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각각 돋보이는 아이디어에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영상미까지 갖춘 작품이 연이어 발표돼 호평받았다. 과거의 실수를 번복하지 않고 한층 더 성장할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질좋은 콘텐트가 쏟아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의 연령대 폭도 넓어졌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조사에 따르면, 10년전인 2003년을 기준으로 50대 이상 장년층 관객의 비율이 8배나 성장했다. 10대도 6.3배나 늘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주연 김수현에 대한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695만 관객을 모으며 연간 박스오피스 6위까지 올라갔다. 40대 역시 4.2배가 늘었다. 40대의 경우 주로 가족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 총 티켓판매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극장의 주요 타깃층인 30대의 극장 관람비율도 1.5배 늘어났다.

국내 영화산업이 눈에 띄게 발달하면서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변했다. 세계최대 영화제작사들이 아시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절대 빼놓으면 안되는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올해만 톰 크루즈·아놀드 슈왈제네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윌 스미스·브래드 피트·휴 잭맨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거의 매달 번갈아가며 내한해 신작을 홍보했다. 3~4년전만 해도 볼수 없었던 풍경이다. 미국 주요 영화제작사 대표들도 함께 방문해 '한국사랑'을 외쳤다.

▶"일한만큼 돈 달라" 스태프 자살, 대기업 독과점 여전한 골치거리

눈부신 성장 뒤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영화계가 '역대 최고' '역대 최다' 등의 수식어와 함께 들썩거리는 동안 한 쪽에서는 스태프들이 "최소한 일한 댓가는 받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년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영화 스태프들의 저임금 및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시도로 '표준근로계약서'가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제작사를 찾아볼수 없는 상황.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듯이 스태프를 대상으로 4대 보험을 적용한 영화도 '공모자들' 단 한 편 뿐이었다. 이후 몇 개 영화사가 '총대'를 매는 식으로 스태프들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지만 이 역시 기대에 미칠만한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지난 12일에는 한 신생 영화제작사 제작부장으로 일하던 A(34)씨가 생활고 때문에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2007년부터 '우아한 세계' '댄싱퀸' 등 유명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인재로 2011년 한 영화제작사에서 4개월간 일한후 약속된 임금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수차례 비슷한 일을 겪는 동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현실을 비관한 끝에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측에서는 A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임금체불은 살인행위"라며 "더 이상 생활고를 비관해 죽음을 택하는 스태프들은 없어야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기업 계열 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논란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사실상 국내 3~4개 배급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스크린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계열 배급사들이 한국영화 산업을 표면적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로 인해 중소규모 회사들은 애를 먹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에는 전국 28개 대학 56명의 영화과 교수들이 '스크린 독과점 해결을 위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민병록)도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철폐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제작가협회도 "제작사와 공정하게 수익을 분배해 한국영화 시장을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겠다"며 공동으로 '리틀빅픽쳐스'라는 투자·배급사를 설립했다. 대기업 계열 배급사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배급구조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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