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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정부기관의 '해킹의혹'…외국은 어떤가?

입력 2015-07-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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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의 감청프로그램 구입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가의 정보기관을 흔들지 마라" "다른 나라도 정보활동의 중요성을 인정해 의혹 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원에서 그걸 주장한 바도 있고요. 실제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정원의 이야기는 맞는 건지, 오늘(28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국정원에선 우리만 좀 유별나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죠?

[기자]

국정원이 17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근거 없는 의혹으로 정보기관을 매도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했지만 아무런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내용, 이렇게 하나 밝혔고요.

또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은) 가장 많이 해킹했을 때 최대 20대의 휴대전화를 해킹할 수 있는데, 이런 역량을 가지고 무슨 민간인 사찰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앵커]

20대의 휴대전화가 아니라 20개의 회선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늘려서 감청할 수도 있다라는 건 저희도 보도해드렸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요, 멕시코의 유명 팩트체크 사이트, 아니말 폴리티코라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국정원의 이 두 가지 주장을 같이 한번 짚어봤습니다.

[앵커]

아니말 폴리티코, 영어로 하자면 ANIMAL POLITIC이네요. 정치적 동물?

[기자]

맞습니다. 제가 물어봤는데요. 정치적 동물이란 뜻으로 지은 매체 이름이라고 합니다.

[앵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란 말은 유명한 말이니까요.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이런 매체도 있는 모양인데, 멕시코 역시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나와 있죠? 뭐라고 합니까?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까?

[기자]

일단 멕시코 주류 언론에서는 어떻게 소개했는지 한번 물어봤는데요.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해커들이 멕시코의 감청을 폭로했다.' '멕시코 정보국·정부, 감청계약 연계' 이런 보도가 나가긴 했는데, 매체별로 한두 차례에 그쳤다고 합니다.

아니말폴리티코의 둘세 라모스 편집장은 "감청 프로그램 구입은 중요한 이슈인데도, 아주 소수의 미디어만 이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커]

국정원이나 여당의 주장대로 이 나라의 국민들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다'라고 동의해서 그런 걸까요?

[기자]

그렇지 않다는 게 라모스 편집장 이야기였는데요.

멕시코에서는 이렇게 각 주정부에서뿐 아니라 군에서까지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했습니다. 상당한 우수 고객인 셈인데요.

이는 현행법 위반이고 인권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이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주류 매체에선 잘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 순위입니다.

우리도 꽤 낮아졌다고 해서 60위였는데, 멕시코가 148위입니다.

해킹팀의 고객으로 밝혀진 35개국 중 나이지리아, 온두라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21개국이 언론자유 순위 100위권 밖의 국가들입니다. 이 중엔 독재정권인 곳도 있고요.

그러니 다른 나라에선 별 논란 없이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국정원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앵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바로 이런 실상이 있다는 얘기가 될 테고요. 김필규 기자와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아니말폴리티코에서는 이 문제를 가지고 팩트체크를 했다든가 그런 건 없습니까?

[기자]

해봤다고 합니다. 아니말폴리티코 취재 결과 우리의 나나테크와 비슷한 'SYM서비스'라는 업체를 통해 이탈리아 해킹팀과 접촉해 구매했고, 또 우리 국정원과 똑같은 갈릴레오라는 프로그램을 샀습니다.

처음에 이 제품의 고객인 할리스코 주정부의 한 차관은 "납치 사건 등에 대한 수사 목적으로 주검사국에서 산 것"이라고 둘러댔는데, 두 회사 간의 이메일을 통해 일반 정부관료들까지 불법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푸에블라 주정부에서는 현직 주지사가 2013년 경선 당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대편 후보는 물론이고 기자들, 학자들까지 감청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앞서 "이 프로그램 가지고선 민간인 사찰을 할 역량이 안 된다"고 했던 국정원의 반박, 의문을 가지게 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저 나라의 예를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겠죠. 그러면 아까 21개국, 대부분의 나라들이 언론자유 순위가 굉장히 낮은 나라들이라고 했는데, 100위권 밖이라고 했잖아요? 다른 나라들, 언론자유 순위가 그래도 높은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표적으로 미국을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요.

미국에서도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언론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도를 했고,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FBI와 마약단속국에 감청 대상을 밝히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만큼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커지는 모습은 아닌데요, 전문가에게 그 이유 물어봤습니다.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미국 같으면 9·11의 경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절차가 제대로 지켜진다는 가정하에서는 정보기관에서 해킹을 한다든지 도청을 한다든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문제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고 미국도 과거보다는 9·11 이후에는 더 그런 것에 대해서 용인하는 그런 분위기가 더 많아졌던 건 사실이거든요.]

[앵커]

9.11이라는 특수상황이 있다, 물론 아까 한 교수도 얘기하기를, 전제를 이야기하긴 했습니다. 절차가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알겠습니다. 아무튼 미국은 9.11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뀐 점을 참고하더라도, 이게 전혀 문제가 안 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건데. 국정원에선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그러한데, 우리는 남북 대치 상황이니 더 그런 것 아니냐. 즉 안보를 위해서 그런 것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정원이 같은 감청 프로그램을 산 멕시코 주정부 쪽에 가까운 고객인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안보 목적으로 구매한 고객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조건 믿어달라는 읍소, 아니면 자꾸 의심하다가 누군가 다친다는 설명, 이것만 가지고선 '우리나라가 유별난 것이니 이제 그만 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기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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